기업들, 국회 정무위에 "규제 때문에 밸류업 저해" 호소
최태원 회장, 윤 위원장에게 지배구조·공정거래, 금융현안 건의
이사 충실의무 확대법, 3%룰 등 지적
산업·금융 주요 기업인들이 국회 정무위원장 및 의원들에게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등 22대 국회에 입법된 규제 법안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저해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고 공정거래 및 금융 관련 경제계 현안·애로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22대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기업가치 밸류업·부스트업을 이유로 기업 경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된 상황에서 대한상의가 공정거래·금융 현안에 대해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와 소통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대한상의는 알렸다.
간담회에는 국회 측에서 윤 위원장을 비롯해 권성동 의원, 강민국 정무위원회 간사 등 3명이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유봉석 네이버 대표, 이승열 하나은행 은행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 변창환 콰라소프트 대표, 정기옥 대한상의 중소기업위원장 등 산업·금융계 대표 18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윤 위원장에게 지배구조·공정거래, 금융현안 등에 관해 건의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산업·금융계 대표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에 신중, 상장사 '3% 룰' 적용 확대 재검토, 공정거래법상 형벌제도 개선, 증권거래세 우선 폐지, 금융사의 자회사 출자범위 확대 등 18건의 과제를 건의했다. 정무위원장도 관련 현안에 대해 답변했다. 3% 룰은 감사위원 선·해임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대주주 또는 개별주주 의사결정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보유 지분율과 관계없이 의결권을 3%로 일괄 규율해 '1주1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는다.
산업계 대표들은 "최근 'K-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명목으로 기업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밸류업·부스트업 법안이 국회에 다수 발의된 상황”이라며 법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표들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법안에 대해 "이사의 경영판단 관련 사법리스크를 가중시켜 기업의 장기성장을 위한 결정을 막아 밸류업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룰에 대해서는 "회사법의 기본 원리인 소수주주 권익을 강화하기보다는 합병·분할 등 중요한 경영상 의사결정을 방해해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표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부작용 많은 규제 법안들을 양산하기보다 주식 장기보유 세제혜택 마련,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법·정책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형벌제도에 대해서는 "주요국의 경우 경쟁법상 형벌조항이 없거나 담합 등 일부 분야에만 있는 반면 우리 공정거래법은 대부분의 위반행위에 형벌조항이 존재한다"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담합 외 형벌규정을 폐지하거나 과태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논의 전에 증권거래세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금융계 지적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금투세 논의만으로는 증시 밸류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증시 참여자 확대 및 유동성 향상을 위해 금투세 논의 이전에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금융-비금융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 상황에서 금융사들은 금산분리 규제로 비금융사 연계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사 자회사 출자범위를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은행법상 부수업무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대표들은 방산분야 수출금융 지원,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 개선, 온라인플랫폼 규제방안 신중논의, 퇴직연금 자산운용규제 완화, 실손보험 체계 합리화 등을 건의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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