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언했다 다시 프로로... 기대되는 송은범의 가을
[양형석 기자]
▲ 송은범이 8월 2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방문 경기를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처음 1군으로 등록된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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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6-3으로 승리했다. 지난 22일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한 삼성은 이날 강민호와 김지찬 등 주전 일부를 제외하고 경기에 임했음에도 뛰어난 투타 균형을 과시하며 키움을 제압했다(78승2무63패).
삼성은 김영웅이 멀티 홈런과 함께 3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테이블 세터로 나선 김성윤과 김헌곤도 5안타2타점2득점을 합작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데니 레예스가 6이닝4피안타1사사구7탈삼진3실점으로 시즌 11번째 승리를 따냈고 7회부터 4명의 투수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리고 지난 7월말 삼성과 계약한 송은범은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1.08로 삼성 불펜의 '히든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후반기에 힘 빠진 삼성 불펜
삼성은 지난해 5.12의 불펜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10개 구단에서 불펜진이 가장 허약했다. 당연히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 삼성의 스토브리그 1순위 목표는 '불펜강화'가 될 수 밖에 없었고 삼성은 적극적인 움직임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불펜 강화에 성공했다. FA시장에서 통산 169세이브를 기록한 김재윤을 4년 총액 58억 원, 통산 122세이브의 임창민을 2년 총액 8억 원에 영입한 것이다.
이렇게 삼성은 기존 마무리 오승환을 포함해 지난해 시즌 세이브 부문 2, 3, 6위를 기록했던 강력한 필승조가 탄생했다. 오승환과 김재윤, 임창민이 지난해 기록했던 세이브의 합만 88개로, 어떤 선수가 마무리로 활약해도 될 정도의 강한 불펜진을 구축한 것이다. 박진만 감독과 정대현 투수코치가 이들을 잘 조합해 활용한다면 삼성은 올 시즌 지난해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위력적인 불펜진을 운영할 수 있다.
전반기만 해도 삼성의 새 필승조는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해줬다. 만 42세의 리그 최고령 선수 오승환은 전반기에만 24세이브를 기록하며 '돌부처의 건재'를 과시했다. 마무리 자리를 내려 놓은 임창민과 김재윤도 전반기에 각각 20개와 19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달라진 삼성 불펜을 상징하는 활약을 선보였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은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와 2위 경쟁을 하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삼성은 후반기 들어 다승왕이 유력한 토종 에이스 원태인과 프로 데뷔 첫 3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든 구자욱 등의 활약에 힘입어 치열했던 2위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됐다.
그러나 전반기에 위력을 발휘했던 불펜은 후반기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후반기 21경기에서 단 3세이브와 함께 평균자책점 7.41로 무너지면서 지난 2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맏형' 오승환의 부진이 심각하다.
오승환의 뒤를 이어 마무리 자리를 맡은 김재윤은 후반기 10세이브를 기록했지만 김재윤 역시 9월 평균자책점은 6.75로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다. 8월에 5홀드1.74로 반등했던 임창민도 9월 2홀드5.87로 주춤하고 있다. 이렇게 베테랑 필승조 3인방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8월말 1군에 등록돼 8.1이닝1실점(평균자책점1.08)을 기록하고 있는 송은범의 활약은 매우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복귀 후 호투행진, '홀드왕' 노경은처럼?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동산고 3년 선배인 송은범은 지난 2003년 SK 와이번스 입단 당시 4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였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고 SK가 왕조 시대를 열었던 2007년 6승을 기록하며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송은범은 2008년 8승에 이어 2009년 12승, 2010년엔 전천후 투수로 활약하며 8승8세이브4홀드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꾸준히 SK의 주축 투수로 활약하던 송은범은 2013년5월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후 부진이 시작됐다. 2015 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한화로 이적했지만 7승4패1세이브10홀드2.50으로 부활한 것은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2018년이었다. 2019년 LG로 이적한 그는 4년 동안 9승을 추가했지만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 2월 은퇴를 선언한 후 5월부터 삼성의 재활군에서 훈련하던 송은범은 지난 7월25일 삼성과 연봉 5000만 원에 계약하며 현역으로 복귀했다. 이미 프로에서 한계를 보인 40세 투수의 복귀 소식에 삼성 팬들조차 큰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퓨처스리그에서 8경기에 등판하며 실전 감각을 조율한 송은범은 지난 8월 29일 1군에 콜업돼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1군 복귀 후 9경기에 등판한 그는 8.1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1.0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닝 표본이 많지 않아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한 차례 은퇴했던 40세 투수가 9경기 등판 중 8경기에서 무실점 투구를 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25일 키움전에서도 4-3의 한 점차 리드 상황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두 번째 홀드를 수확했다.
송은범의 입단 동기이자 고교시절 라이벌이었던 노경은(SSG 랜더스)은 시즌 8승과 함께 37홀드를 기록하며 홀드왕을 확정했다.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투수는 쉽지 않지만 몸 관리만 잘하면 불펜 투수로는 얼마든지 롱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송은범의 입단 동기가 몸소 증명한 셈이다.
그 역시 후반기에 부쩍 불안해진 삼성의 불펜에서 '가을야구의 히든카드'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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