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도·모바일도 '낙관'…겨울론 밀어내는 '반도체의 봄' 전망
내년 모바일·AI 서버·PC 시장 등 성장세 낙관…반도체 우상향 무게
시장 우려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많은 AI 서버 시장은 물론, 범용 제품이 주로 쓰이는 PC·모바일 시장 성장세를 낙관하며 '반도체의 봄'이 지속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간) GAAP 기준 회계연도 4분기(2024년 6~8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내년 PC, 모바일, AI 서버 등 주요 수요 시장 성장세가 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PC 시장에 대해서는 "내년 봄 PC OEM 재고가 더욱 건전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차세대 AI PC 출시, 윈도우즈10 지원 종료/윈도우즈12 출시에 따른 PC 교체 수요를 근거로 들었다. 특히 AI PC는 더 높은 용량의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필요로하는 만큼 수혜가 뚜렷할 것으로 기대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반등을 예상했다. 마이크론은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한 자릿수 초중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판매량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특히 향상된 카메라 기능, 똑똑해진 음성 비서 등 다양한 AI 기능을 갖춘 AI폰 출시로 메모리 수요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데이터센터의 경우, 고객 수요가 강력하며 재고 수준도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데이터센터 매출 믹스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5 회계연도에는 이 보다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4분기 컴퓨터/네트워킹 부문 매출은 30억 달러로 전체 사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구현했다. HBM 등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견조했던 영향이다.
그러면서 이 기간 HBM, 고용량 D5 및 LP5 솔루션, 데이터센터 SSD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주장은 모건스탠리가 주장한 '반도체 겨울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모건스탠리는 PC·모바일용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AI용 HBM 공급과잉 우려를 주장했지만 마이크론은 범용 제품 수요 견조, 제한적인 HBM 공급 전망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마이크론은) 2024년 산업 수요 증가율 가이던스를 기존 15%에서 19%로 상향 조정했다. 서버 수요의 견고함을 내세우는 동시에 모바일 고객들의 재고가 건전하다고 강조하며 전반적인 수요 둔화 우려감을 불식시켰다"고 말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기존 투자 가이던스를 유지하되 미국 내 진행하는 인프라 투자가 2025/2026 생산 증가에는 영향이 없을 것을 강조했다"며 "마이크론은 언제나 절제된 투자로 점유율 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HBM3E 전쟁 2라운드…SK하이닉스 앞서고 마이크론 뒤쫓고
이번 마이크론 실적 설명회에서는 HBM 로드맵을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이날 마이크론은 차세대 HBM 기술 개발로 시장 내 입지를 늘리겠다고 자신했다. 내년 HBM 시장이 25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HBM3E 12단을 출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해당 제품은 24GB HBM3E 8단과 견줘 소비 전력은 20% 낮고 용량은 50% 높은 것이 특징이다.
마이크론은 "내년 초 HBM3E 12단 생산량을 늘리고 전체 출하량에서 12단 믹스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며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이다.
마이크론은 차세대 HBM 시장을 잡기 위해 4세대 HBM인 HBM3를 건너뛰고 5세대 HBM(HBM3E)으로 직행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엔비디아 물량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내며 공급 물량을 점차 늘려왔다.
현재 HBM 시장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잡고 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으며 지난 3월부터는 HBM3E 8단도 양산해 납품했다.
마이크론의 HBM 로드맵 발표 이후 SK하이닉스는 36GB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HBM3E 8단 제품을 최초로 고객에게 납품한지 6개월 만이다.
해당 제품은 3GB D램 칩 12개를 적층해 용량을 50% 늘린 것이 특징이다. 마이크론 보다 한 발 앞서 차세대 제품 양산에 돌입한만큼 당분간 SK 주도의 HBM 체제는 이어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5%, 마이크론 9%다.
삼성전자도 경쟁자 추격 고삐를 조일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3일 삼성전자가 HBM3E(8단) 납품을 위한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마치고 제품을 출하했다고 주장했다. HBM3E 12단의 경우 퀄테스트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한편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77억5000만 달러(약 10조373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3% 급증했다. 전분기(68억1100만 달러) 대비로는 13.8% 늘어난 것으로 시장 전망치(76억5000만 달러)를 넘어선다.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마이크론은 1분기(9~11월) 가이던스도 시장 추정치 보다 높게 제시했다. 이 기간 매출은 87억 달러, 주당 순이익은 1.74 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82억8000만 달러, 1.52 달러를 모두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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