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때린 통일부 장관, '쓸모 있는 바보들' 경고

장희준 2024. 9. 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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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두 국가론' 수용 주장으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김영호 장관은 하루 전인 25일 한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반통일적·반민족적 행위에 앞장서 호응하는 치어리더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무시한 결과 '쓸모 있는 바보들'로 전락한 사례들을 역사를 통해 목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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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시절 글에서도 文정부 비판에 사용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기획자가 임종석
"北 동조하다 적화되면 숙청대상 1호 될 것"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두 국가론' 수용 주장으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정부 고위 인사들도 쓴소리를 시작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는 관용어를 꺼내 들었다. 그가 학자 시절 쓴 글을 보면 '북한에 동조하다 북한에 숙청될 것'이란 맥락이 담겨 있다.

김영호 장관은 하루 전인 25일 한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반통일적·반민족적 행위에 앞장서 호응하는 치어리더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무시한 결과 '쓸모 있는 바보들'로 전락한 사례들을 역사를 통해 목격했다"고 밝혔다. 최근 '통일, 하지 말자'고 주장한 임 전 실장을 겨냥한 것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쓸모 있는 바보들(useful idiot)'은 옛 소련의 최고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쓴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련의 선전·선동에 호응하는 서방 정치인·지식인의 오판을 비꼰 것이다. 소련에 대한 동조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였다. 지금에 와선 공산주의가 지닌 문제점을 알고도 사회주의에 동조하는 좌파 지식인을 비난할 때 주로 쓰인다.

김 장관은 이미 임 전 실장을 비롯한 좌파 진영을 비판할 때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학자 시절이던 2020년 8월, 그는 성신여대 교수 신분으로 월간 고시계에 '남한 내 쓸모 있는 바보들, 북한 실체 정확하게 바라봐야'라는 글을 실었다. 임 전 실장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기획하고, 민주당이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하던 문재인 정부 시기였다.

김 장관은 당시 글에서 "소련의 선전·선동에 호응한 서구 유럽 정치인과 지식인은 (중략) 자신의 국가가 공산화됐을 때 '숙청 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며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한국 사회를 분열하고 안보를 훼손하는 바보들이 있는데, 북한의 전복전에 동조해서 한국이 적화됐을 때 북한에 의해 숙청 대상 1호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기 '월간 고시계' 2020년 8월호에 실은 기고. [이미지출처=월간 고시계]

그는 한국 정치가 국내·국제 개념에 북한의 지하 정치까지 더한 3차원이라고 짚었다. 이때 '쓸모 있는 바보들'의 사례로 짚은 게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대북전단금지법 추진이었다.

김영호 장관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의 폭파와 함께 문재인 정권의 '문샤인 정책'은 파국을 맞았다"며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중재자를 자처하고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국제 심부름이나 하고 다니는 그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없는데도 마치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다닌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여정이 삐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한국 국회는 '삐라 살포' 금지법을 만드느라 분주하다"며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국회인지 북한 최고인민회의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탈북자는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보낼 자유와 권리가 있다"며 "위헌적인 삐라 살포 금지법을 통과시킨다는 건 '쓸모 있는 바보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만족하도록 충실하게 맞춰주는 것이 우리의 안보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견해에 대해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조금도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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