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딜레마…검찰, 김 여사·최재영 모두 불기소 방침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지난 24일 ‘나를 처벌해달라’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제공자인 최재영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15명의 수심위원 중 과반인 8명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기소 의견을 내면서 지난 6일 수수자인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한 수심위와는 정반대 결론을 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으로선 ‘받은 사람은 불기소, 준 사람만 기소하라’는 서로 모순된 외부 전문가 심의 결과를 받아들고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지만 ‘무혐의 불기소’란 당초 수사 결론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수 지검장, 심우정 총장에 26일 최종 의견 보고할 듯
김 여사 수심위와 달리 최 목사 수심위에서 ‘명품백 수수’란 동일 사안을 두고 18일 만에 결론이 정반대로 뒤집힌 데는 ‘직무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갈렸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제공자를 처벌하려면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제공한 경우’여야 하는 데 최 목사 측이 직접 참석해 ‘직무관련 청탁이 있었으니 기소해달라’고 주장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수심위에선 최 목사 대신 법률대리인인 류재율 변호사가 참석해 2시간 30분에 걸쳐 기소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진술과 질의응답에 나섰다. 김 여사에게 건넨 300만원 가량의 명품백은 지인인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과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던 통일TV 송출 재개 등을 청탁하기 위한 선물이었다는 주장이었다.
류 변호사는 특히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자문을 자처하며 친분 관계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명품백 역시 직무관련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어 교사와 학생 사이에 구체적 청탁이 없다 해도 금품을 주고받을 수 없는 것은 둘의 관계성 자체에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란 점을 예시로 들며 “통일운동을 하는 최 목사와 영부인 역시 그 관계 자체에서 직무관련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25일 국회 청문회 위증혐의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수심위에서) 직무관련성과 청탁이 있다는 점을 입증했고, 관련 영상자료와 녹취까지 제출해서 수심위원들을 충분히 납득시켰다”며 “국민은 김 여사의 혐의를 부정부패로 알고 있는데, 검찰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심위 회의에서 최 목사의 여러 민원 중 김 여사에게 직접 전달된 건 통일TV 송출 재개뿐인데, 이마저도 대통령실 직원을 통해 통상적인 민원대응 수준의 답변을 제공한 것이 전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명품백을 선물(2022년 9월)한 시점엔 통일TV 송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는데, 미래에 혹시라도 송출이 중단될 것을 걱정해 미리 영부인에게 청탁용 선물을 줬다는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최 목사가 청탁이었다고 주장하는 김창준 전 의원에 대한 국정자문위원 임명 요청에 대해선 검찰은 “국정자문위원이란 직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청탁이 이뤄질 수 있냐”고 말했다.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 고향이 같다는 점을 매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가 직무관련성으로 엮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명품백의 청탁금지법 위반이 되려면 공여자·수수자 모두 직무관련성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최소한 김 여사는 만남을 위한 단순한 선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은 명품백이 직무관련성이 없는 김 여사와의 접견 수단 내지는 선물이란 점을 전제로, 공무원이 금품을 수수했다 하더라도 구체적 직무관련성이 확인되지 않는 등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제공한 선물은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는단 대법원 판례를 수심위원들에게 제시했다. 실제 대법원은 2017년 12월 고(故) 김정주 전 넥슨그룹 회장에게 현금 4억2000만원과 고급차량 등을 선물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 수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파기환송했다.
다만 이같은 검찰 주장에 일부 수심위원들은 “뇌물죄의 공백을 막고 공무원의 청렴 유지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 만든 게 청탁금지법 아니냐” “대통령은 정부의 모든 공적 업무를 관장하는데, 최 목사와 친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냐” 등 이견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달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 보고까지 마쳤던 수사팀으로선 두 차례의 수심위에서 상반된 권고안에 받으면서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검찰이 기존 수사 결론을 뒤집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경우 최 목사만 처벌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청탁금지법은 배우자의 공직자 직무 관련 금품 수수를 선언적으로 금지(8조4항)하지만 별도의 처벌조항은 두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수심위의 결론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안일 뿐이라 수사팀이 당초 도출했던 결론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수사팀 내부적으론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경우 수심위 결론을 토대로 처분 전 최종적인 법리검토에 나선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수심위의 권고는 법리적 판단과 국민 법감정이 혼합된 결과일 가능성이 큰 만큼 수사팀이 이번 권고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오히려 법리와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일 수 있다”며 “수심위는 그 결론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족쇄가 아닌 처분 과정의 참고 사안일 뿐 증거관계와 법리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심위 권고안을 바탕으로 최종 검토를 거쳐 이르면 금주 내에 사건을 처분할 예정이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의 최종 의견을 바탕으로 오는 26일 예정된 검찰총장 주례보고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우·양수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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