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안정복 (8) 오병이어 기적 꿈꾸며 미가엘 찬양반주기 ‘5025’ 출시

박지훈 2024. 9.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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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세운상가 매장에서 일하던 시절 내겐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은 꿈이 있었다.

직접 만든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었다.

서울에 처음으로 내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문패를 내걸게 된 것이다.

제품명에 '5025'라는 숫자를 넣었던 것은 이 제품이 성경 속 오병이어의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나가길 바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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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설계 마쳤으나 돈 없어 금식기도
여동생과 지인 도움으로 첫 제품 탄생
주님께 영광 드리는 일 하겠다고 결심
미가엘 찬양반주기의 초기 모델 모습. 오병이어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품에 ‘5025’라는 글씨를 새겼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각종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세운상가 매장에서 일하던 시절 내겐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은 꿈이 있었다. 직접 만든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회사를 차렸고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첫 번째 목표는 이동용 앰프였다. 설계까지 마쳤으나 문제는 돈이었다. 나는 너무도 가난한 사업가였다. 무작정 기도원에 들어가 3일간 금식하면서 하나님께 매달렸다. 곤궁한 처지에도 표정이 밝은 나를 동생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형님, 금식하면서 저 모르게 밥 먹는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있나. 하나님께서 응답을 주실 거니 기쁠 수밖에.”

실제로 기도원에 열심히 다녔더니 돈이 생겼다. 처음엔 여동생이었다. 여동생이 어느 날 사업에 보태라며 봉투를 내밀었다. 오빠를 위해 보험을 해지해서 마련한 돈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트랜지스터 같은 부품을 살 돈이 부족해 다시 기도원으로 갔다가 돌아오니 이번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너 앰프 만든다며? 내가 다 사줄게. 얼마면 되는 거야?”

그렇게 사업가로서의 내 삶은 서서히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옥탑방을 전세로 얻은 뒤 절반을 공장으로, 나머지 공간은 가정집으로 사용하다가 서울 은평구 신사동 2층짜리 주택을 매입했다. 서울에 처음으로 내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문패를 내걸게 된 것이다.

물론 그때만 하더라도 서울에 집을 살 만한 여윳돈은 없었다. 무리해서 대출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내가 갚을 수 없는 돈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떻게든 하나님이 해결해주실 거란 믿음이 있었다.

당시 만든 제품은 디스코 룸바 차차차 같은 다양한 리듬이 탑재된 ‘리듬박스’였다. 시장에 내놓자마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다른 회사에서 만든 리듬박스와 달리 우리 회사가 만든 제품엔 묵직한 베이스 소리까지 가미돼 있었다. 리듬박스의 인기 덕분에 8개월 만에 대출금을 전부 갚을 수 있었다. 은행 직원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즈음 한 업체의 요청을 받아 노래방 반주기를 만들어 큰돈을 벌기도 했다. 로열티로만 수억원을 벌었다. 한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크리스천이 대중가요 연주 기계를 만드는 게 옳은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세상의 물건’만 만들면서 재물만 탐하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기도할 때마다, 예배를 드릴 때마다 너무 괴로웠다.

결국 나는 로열티를 거절하고 제조 기술을 전부 이전해줬다. 그러면서 크리스천만이 할 수 있는 일, 하나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고민 끝에 떠오른 것이 찬양반주기였다. 개척교회 목회자와 해외 선교사에게 든든한 동역자가 돼줄 도구, 음향 기기나 반주자가 없어 애를 먹는 목회자들에게 가장 요긴한 물건이 돼줄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미가엘 찬양반주기다. 제품명에 ‘5025’라는 숫자를 넣었던 것은 이 제품이 성경 속 오병이어의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나가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드리는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찬양반주기를 만들었다. 1991년의 일이었다.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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