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 수뇌부의 맹탕 만찬…국민 염장 지르기로 작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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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통령 독대커녕 인사말도 봉쇄당해
윤-한 사감 풀고 현안 해결 못 하면 공멸할 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그제 만찬은 이들이 과연 국정을 이끌 자격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들게 했다. 명색이 여권 핵심들이 총출동한 자리였는데 의·정 갈등, 김건희 특검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해선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도 이뤄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럴 거면 뭐하러 만난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은 “상견례와 함께 당 지도부를 격려하고 화합을 다지는 만찬”이어서 현안 논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 여권 상황이 ‘화합 만찬’ 따로 하고, ‘현안 만찬’ 따로 할 정도로 여유를 부릴 때인가.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20%대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락 중이고, 거대 야당은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 공세를 파상적으로 퍼붓고 있으며, 좌파 단체들은 거리로 나가 대통령 탄핵 시위를 벌인다고 꿈틀대기 시작했다. 장기 침체 속에 자영업자들의 비명은 갈수록 커지고, 병원 응급실은 몇 달째 비상이며, 북한 오물 풍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 한복판으로 날아온다. 이런 판국에 여권 수뇌부 26명이 만찬을 하면서 나라 걱정은 일언반구 없이 덕담만 오갔다니 아예 국민의 염장을 지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맹탕 만찬’의 일차적 책임은 대통령실에 있다.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이번 만찬 행사에서 당 대표 인사말 순서를 뺐다. 한 대표는 대통령과 독대가 성사되면 김 여사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시중의 민심을 전달하고 해법을 모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대는 고사하고 공개 발언조차 봉쇄당했다. 지금 용산에선 김 여사 문제는 완전히 성역이어서 어떤 참모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를 못 한다고 한다. 그나마 직언할 수 있는 위치가 한 대표 정도인데, 그마저도 이런 식으로 옹색하게 언로를 차단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대통령 독대를 둘러싸고 언론플레이 논란을 유발한 한 대표의 경솔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대표는 그제 만찬에서도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재차 대통령 독대를 요청했고, 그 사실을 당직자들을 통해 언론에 공개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독대는 양측의 인간적 신뢰가 구축돼야 성사된다. 만나고 나서 서로 딴소리를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만나기 전부터 외부에 독대 요청을 흘리면 대통령 입장에선 ‘무슨 딴 계산을 하는 거냐’는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이대로 가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공멸한다. 두 사람은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다. 사감(私感)은 뒤로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 난국을 헤쳐나갈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위상을 존중하고, 한 대표는 대통령에게 진심을 보이면 된다. 조만간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는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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