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고려아연과 국가핵심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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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제적으로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되면 안보나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이라 한다.
핵심기술 제도의 뜻밖의 용처(?)를 발견한 셈인데, 한편으로는 이 제도의 원래 취지가 기술유출이나 M&A로 기술을 뺏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서 고려아연이 제도를 선제적으로 활용하는 '신의 한 수'를 끄집어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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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제적으로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되면 안보나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이라 한다. 기술 분야 국보인 셈이다. 핵심기술 개발에는 정부 예산이 들어간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를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은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보호조치 의무가 생긴다. 또 기술을 수출하거나 인수합병(M&A)으로 외국인 투자가 진행될 땐 정부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 예산이 안 들어갔어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면 인수 금지 또는 원상 회복을 명령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핵심기술은 13개 분야 76개가 지정돼 있다. 산업계의 복덩이 기술이자 해외 산업스파이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들이다. 분야별로는 반도체(11개) 디스플레이(2개) 전기전자(4개) 자동차·철도(10개) 철강(7개) 조선(8개) 원자력(4개) 정보통신(7개) 우주(4개) 생명공학(4개) 기계(8개) 로봇(3개) 수소(2개) 등이다. 초정밀 D램 반도체나 리튬전지 기술 등 응당 목록에 올랐을 법한 익숙한 기술도 있지만 보툴리눔 독소(보톡스) 생산기술, 인간 친화적 초고속 승강기 설계·운영 기술, 복강경 수술로봇 제조·제어기술 같은 의외의 것들도 있다. 목록에 포함됐다가 외국에서 따라잡았거나 경제성이 떨어지면 제외되기도 한다.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는 고려아연이 25일 자사가 보유한 이차전지 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을 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고 산업부에 신청했다. 지정될 경우 외국 기업이 고려아연에 대한 M&A나 투자를 시도할 때 정부가 이를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된다. 핵심기술 제도의 뜻밖의 용처(?)를 발견한 셈인데, 한편으로는 이 제도의 원래 취지가 기술유출이나 M&A로 기술을 뺏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서 고려아연이 제도를 선제적으로 활용하는 ‘신의 한 수’를 끄집어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에 고려아연에 대한 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결정할 텐데 귀추가 주목된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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