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금투세 유예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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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매매 차익에 보편적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2년 전 이미 한 차례 시행이 유예된 것이다.
2022년 11월과 12월 국회의 회의록을 보면 정부·여당은 금투세를 유예하려 한 것이었지 폐지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2022년 말 정부·여당은 금투세 도입 원칙을 갖고 있었고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를 시행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정부·여당이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면서 전제조건으로 내건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는 2년 가까이 제대로 마련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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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매매 차익에 보편적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2년 전 이미 한 차례 시행이 유예된 것이다. 2022년 11월과 12월 국회의 회의록을 보면 정부·여당은 금투세를 유예하려 한 것이었지 폐지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회의에서 “금투세 도입하실 거지요”라는 여당 의원 질문에 “적정한 시기에 도입해야 된다”고 답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금투세 유예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직전 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해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정착된 이후 시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2022년 말 정부·여당은 금투세 도입 원칙을 갖고 있었고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를 시행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유예 입장이던 정부·여당이 ‘폐지’로 돌아선 건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폐지를 공식화하면서다. 대통령의 명분은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라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108명)은 지난 6월 금투세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여기서는 그 이유가 다소 장황하다. 의안 원문에 ‘고금리 상황, 주식 투자자 수 증가 등 대내외 경제 상황 변화와 이에 따라 금투세 도입이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금융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수요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로 적혀 있다. 우리 증시가 온전한 체력을 갖추지 못해 ‘금투세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여당이 무엇을 원하든 금투세 시행의 키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금투세는 약 100일 뒤인 내년 1월 시행된다. ‘종합부동산세 트라우마’가 있는 민주당은 지난 24일 금투세 정책 토론회를 열고 ‘유예’를 검토했다. 국민 관심이 큰 사안에 관한 토론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 토론이 생산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는 2년 전에도 이 토론회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때도 시행 측과 유예 측이 맞섰고, 전자는 조세 정의 원칙을, 후자는 증시 부양이 선행조건임을 똑같이 주장했다. 다른 점은 2년 전에는 여당 의원들과 기재부 관료들이 ‘유예팀’이었고,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시행팀’이었다는 것이다.
같은 논쟁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이유는 한국 증시 환경에 변한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면서 전제조건으로 내건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는 2년 가까이 제대로 마련된 게 없다. 최근 두산그룹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업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고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놔도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주주 권리 강화의 핵심인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일’도 기약이 없다.
증시 관련 정책 중 가장 기억나는 일은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인데, 이는 정치적 결정으로 비쳐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증시 체질 개선에 관한 정부의 메시지와 행동이 강력하지 않으니 기업도 주주 환원에 적극적이지 않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입에서는 “저평가라는 말도 부끄럽다”는 말까지 나왔다.
금투세의 운명은 결국 야당 최고 지도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유예 결정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한국 증시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지 못하면 소모적인 논쟁은 2년 뒤 또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 선진화가 계속 연기될수록 궁극적으로 그 피해는 소액주주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권기석 경제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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