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탄소중립을 위한 데이터 생태계와 AI
글로벌 경쟁서 뒤처져
AI는 탄소중립의 강력한 도구
모든 제품의 전 주기 데이터
관리 시스템 도입하고
에너지 환경 데이터 개방하고
AI 데이터 생태계 구축해야
여러 부처로 갈라진 정책
통합 않으면 성과 내기 어려워
기후 관련 뉴스는 최고 온도와 기록적인 날씨로 넘쳐난다. 이번 추석은 유난히 더워서 ‘하석(夏夕)’이라는 웃픈 말까지 생겼다. 올해 우리는 역대 가장 늦은 폭염과 가장 많은 열대야 일수를 경험했다. 탄소중립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그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편,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실시간 번역으로 외국어 소통이 쉬워졌고, 자율주행 기술은 편리함과 안전을 동시에 향상시키며, 의료 진단도 더욱 신속하고 정확해졌다. AI 시장은 2022년 168조 원에서 2033년에는 36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막대한 경제적 기회와 국가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변화는 지구촌 사회가 탄소중립과 AI 기술 발전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는 혁신의 중심에 있지만, 개인정보 침해, 높은 에너지 소비, 환경자원의 과도한 사용, 윤리적 문제 등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그러나 AI는 데이터 분석, 최적화, 자동화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탄소중립 전환을 하지 않거나 AI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사회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의 철강 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3% 이상을 차지하는데, AI 기술을 활용한 공정 최적화와 예측 분석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핵심 공정인 쇳물을 녹이는 과정에서 AI 기반 영상 기술로 실시간 품질 파악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되었다.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디지털 트윈, 강화학습, 머신러닝을 통해 공정을 최적화하고 안전성을 높이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려면 모든 제품이 설계 단계부터 폐기까지 지속가능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이를 ESPR(에코디자인 규제)이라고 한다. EU는 디지털 제품 여권(DPP)을 도입해 제품의 전 생애 주기에 걸친 데이터를 관리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제품 정보가 수집되고 관리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생태계와 AI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는 수출 중심의 대한민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은 물론 정부의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전력 생산 시스템의 효율화를 추구하고,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원에 의존하는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예측이 필요하며, 분산 에너지 자원의 통합과 전력 시장 최적화를 위해 AI 기술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AI 기술 활용 없이는 탄소중립 사회를 기술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적절한 데이터 생태계 구축없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AI 기술 발전이란 없다. 이를 위해 AI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에너지 환경 관련 공공 데이터와 민간 데이터를 수집, 정제, 그리고 개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한 AI 기술이 탄소중립 분야에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이 수반되는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탄소중립은 지구촌 사회가 사회 전 영역에서 화석연료 의존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수적인 전환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IT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요구가 결합된 필연적 결과이자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지원이 없이, 적절한 시장 정책 없이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기술과 경쟁에서 AI 기반 탄소중립 기술의 적용이나 발전은 어렵다. 탄소중립과 AI 기술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상호 필수적이고 보완적인 관계로, AI 기술 발전의 혁신적 기회를 적극 활용하면 탄소중립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온실가스 관리는 환경부, 산업육성 정책은 산업부, 도시 수송 정책은 국토부, 기술 개발은 과기부, 인력 양성은 교육부 등으로 분산된 현재와 같은 정부 운영 시스템에서 탄소중립과 AI 기술 개발 정책이 협력과 통합없이 추진된다면 효과적인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AI 기반 탄소중립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 통합적인 정부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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