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45) 만수산(萬壽山) 상상봉(上上峰)에
2024. 9. 26. 00:17
만수산(萬壽山) 상상봉(上上峰)에
작자 미상
만수산 상상봉에 만수수(萬壽水)가 있더이다
그 물로 빚은 술이 만수주(萬壽酒)라 하더이다
진실로 이 잔 잡으면 만수무궁 하오리라
-청구영언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제주 양씨의 11세손인 학포(學圃) 양팽손(梁彭孫, 1488∼1545)은 강직하고 올곧은 선비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후손들 가운데 의병이나 독립운동가가 많이 나왔다. 빼어난 화가였던 학포는 호남 화단이 조선 미술의 선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학포는 57세로 생을 마감하는데 죽음을 예견했던 것인지 여덟 아들로부터 생일상을 받았다. 위의 시조는 일곱째 아들 응둔이 술잔을 올리며 노래(唱)한 것이다. 만수산→만수수→만수주→만수무궁으로 연결되는 시상의 전개가 재미있다. 이 시조가 양응둔의 창작품인지, 당시에 널리 불리던 권주가인지는 분명치 않다. 둘째 아들 응태는 “아버님이시여 어머님이 수하시고 강녕하시며/형이며 아해 화목하고 즐거우니/복을 빌어 자손이 창성하리로다”라는 시를 올리며 술잔을 바쳤다.
선친께서는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겸상을 하며 술잔을 내리셨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술을 배웠다. 이제는 내가 노래와 술을 올리려 해도 세상에 계시지 않음이 슬플 뿐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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