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不時不食(불시불식)
2024. 9. 26. 00:16
『논어』 중 ‘향당편(鄕黨篇)’에는 공자의 의식주 일상생활을 기록한 글이 많다. ‘향당편’ 제8장에는 공자가 음식을 먹지 않는 8가지 사례를 든 부분이 있는데, 그중에는 “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不時不食)”라는 말도 있다. 전통적인 해석에 따르면 ‘불시’ 즉 ‘때가 아닌 음식’이란 ‘제철이 아닌 식재료’다. 공자는 철이 일러서 설 여문 곡식이나 과일을 먹지 않았다고 해석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불시’의 ‘시’를 ‘제시간’으로 풀이하여 공자는 규칙적인 식사를 했지, 아무 때나 먹기를 삼갔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런데 언급된 8종 사례 중 7종이 식재료의 상태에 관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불시’의 ‘시’는 ‘제시간’이라는 습관의 의미이기보다는 ‘제철’이라는 상황으로 보는 게 본뜻일 것이다.
요즈음 우리는 전자든 후자든 ‘불식’할 때가 없이 늘 먹는 ‘늘식’을 하는 것 같다. 온상재배가 일반화하여 과일이든 채소든 제철이 없고, 도처에 음식점과 주전부리 가게가 널려 있어서 때아닌 때에 먹는 경우가 너무 많다. 새 과일을 남보다 먼저 먹어보겠다는 사치성 식욕을 가진 친구나, 매일 야참을 찾는 친구를 향해 근엄하게 한마디 해보자. 어허! ‘불시불식’이라 했거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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