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총재선 막바지 ‘3강’ 구도에…‘킹메이커’로 뜨는 아소

김이현 2024. 9. 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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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 비슷한 다카이치 ‘급부상’
고이즈미·이시바도 구애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AP뉴시스

일본의 차기 총리를 결정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종반부에 들어가며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의 3자 구도가 굳건해지고 있다.

당초 선거전 초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가까운 이시바·고이즈미 양강 구도로 인해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던 아소 다로 부총재가 다카이치의 상승세로 인해 다시 ‘킹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아소 부총재는 앞서 아베 신조부터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총리까지 모든 총리 당선에 관여하며 10년 이상 당내 실세로 군림해왔다.

후원자 정적에 고개 숙인 고이즈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AFP연합뉴스

25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전날 아소 부총재를 만나 “힘을 빌려 달라”며 지지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소 부총재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인해 당내 계파들이 해산하는 상황에서도 파벌을 유지했다. 현재 아소파(지공회)에는 54명의 의원이 소속돼 있다. 아소 부총재는 “아들과 잘 지내달라”고 화답하면서도 지원에 대해 확답은 하지 않았다. 아들인 아소 마사히로는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아소 부총재의 지역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무파벌을 강조해왔던 입장에서 파벌 영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한 아소 부총재는 그를 전폭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스가 전 총리의 정적이다. 아소 부총재는 스가 전 총리가 낮은 지지율로 인해 당시 대중 인기가 높았던 아소파 소속 고노 다로를 입각시키려 하자 “너와 함께 고노의 장래까지 가라앉힐 순 없다”라고 막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지지자의 반발을 무릅쓰고 정적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로 정세가 위태로운 상황인 것으로 해석된다. 고이즈미 진영 관계자는 “모든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지원을 부탁하는 국면이다”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상승세에 다시 ‘킹메이커’ 부각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오른쪽). AP뉴시스

아소 부총재는 2012년 자민당이 집권한 이후 아베·스가 정권에선 부총리 겸 재무상을 지내며 아베·스가와 함께 정권 핵심 역할을 했고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과 기시다 정권 창출에도 관여하며 10년 이상 정권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며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던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스가 전 총리와 가깝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명시적으로 스가 전 총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아소 부총재는 사석에서 “고이즈미가 당선되면 망명해야 하냐”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질 정도로 꺼린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아소 부총재가 총리로 재임하던 2009년 사퇴를 압박한 구원(舊怨)이 있어 서로 말도 안 붙이는 사이다.

아소 부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고노 디지털상에 대한 지원에 나섰지만 고노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 내외에서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키던 고이즈미가 부부별성제·해고 규제 완화 등 논란을 일으키며 지지율이 떨어졌다. 반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급격히 상승하며 아소 부총재에게도 다시금 킹메이커로서 활로가 열렸다.

아소 부총재는 이 경우 상대적으로 성향이 유사한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에 대한 지원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지지통신은 “당내에선 다카이치가 결선투표에 올라가면 아소파의 모든 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아소 부총재는 이시바 전 간사장에 대해서도 “총재 선거에 5번이나 나온 것은 대단하다”며 과거와 달리 호평을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성향은 다르지만 당선 가능성이 확실한 후보에게 베팅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자민당 관계자는 데일리신초에 “아소 부총재는 후쿠오카에서 후계자 선정을 두고 다케다 료타 총무상과 다투고 있다. 다케다는 스가 전 총리와 가깝다”며 “스가·다케다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시바에게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아소 부총재에게 고개를 숙일 각오가 돼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시다·모테기 등도 결선 앞두고 움직임
기시다 후미오(왼쪽)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AP뉴시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파벌 없는 총재선”이라는 명분을 들어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거 기시다파 출신 의원들과 수시로 만나며 파벌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퇴진 표명 이후 기시다파 젊은 의원과의 면회는 13회에 달한다.

현재 기시다파 출신 총리 후보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이 있다. 이들 외에도 40여명에 이르는 기시다파는 의원표 반영이 높아지는 결선투표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기시다파 의원 중 일부는 고이즈미와 이시바를 지지하고 있기도 하다.

기시다 총리는 기시다파 출신 의원들에게 “결선투표 대상자는 투표 직전 생각을 전달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전 간사장 측도 “어느 정도 숫자가 결집된 기시다파 표는 중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뿐 아니라 총재 선거에 출마한 모테기 간사장도 1차 투표 이후 결선 투표에서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최다 인원이 소속된 아베파 출신 의원들도 최근 총재선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반 정세 ‘3강’ 확실시…이시바, 당원·당우 강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AP연합뉴스

종반으로 들어가며 일본의 각 언론사가 내놓는 정세 분석에선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중 2명이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고이즈미는 의원표에서 이시바·다카이치는 당원·당우표에서 강세를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자민당 의원 361명에 대한 종반 정세 조사 54명의 고이즈미가 1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42명,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39명, 이어 모테기 간사장이 35명,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31명, 이시바 전 간사장 28명, 고노 다로 디지털상 25명 등 순이다.

요미우리가 14~15일에 전국의 당원·당우에게 실시한 전화 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 당원·당우표(368표)와의 합계는 이시파 126표, 다카이치 125표, 고이즈미 114표다. 총재 선거에선 국회의원이 1표씩 행사한 368표에 당원·당우 약 105만명 투표를 의원 표와 동수인 368표로 환산해 더한다. 이들 진영은 140표 전후를 굳히면 결선투표에 확실히 남을 것으로 보고 지지 확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FNN방송도 국회의원표에선 고이즈미가 60명 전후, 이시바·다카이치가 40명 전후를 모아 선두권이며 당원·당우표에선 이시바 전 간사장이 선두라고 밝혔다.

또한 마이니치신문이 전날 당원·당우 표 관련 정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100표 정도 확보했으며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80표,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70표 정도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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