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2030년 매출 10조 ‘히든카드’는…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9.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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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구본규 사장의 꿈

LS그룹 주력 계열사 LS전선이 최근 ‘밸류업 데이’ 행사를 열고 미래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주목을 끄는 것은 LS그룹 오너가 3세 구본규 LS전선 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상세한 성장전략을 밝혔다는 점이다. 구본규 사장 경영 보폭이 넓어지면서 LS그룹 차기 총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9월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 데이’ 행사에서 구본규 LS전선 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구본규 사장, 미래성장전략 공개

해저케이블·데이터센터 사업 키운다

구 사장은 지난 9월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 데이’ 행사에서 “2030년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매출(6조2171억원)보다 60% 이상 높은 공격적인 수치다. 매출 10조원 달성을 위한 히든카드로 초고압 직류 송전(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케이블과 데이터센터 솔루션 사업을 앞세웠다.

HVDC 케이블은 LS전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HVDC 케이블은 교류(AC) 케이블보다 대용량 전류를 멀리 보낼 수 있고 손실률도 낮다. 글로벌 시장 장거리 송전망, 해상풍력 투자로 HVDC 케이블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매출 전망이 밝다.

특히 LS전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초전도 케이블은 변전소 없이 22.9킬로볼트(㎸)의 낮은 전압으로 154㎸급 대용량 전력을 보낼 수 있다.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아 변전소 없이 도심 전력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HVDC 케이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현지화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LS전선은 미국 최대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고 영국, 베트남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미국 공장은 2027년 완공 이후 2030년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해, 현지 최대 해저케이블 공급 업체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구본규 사장은 “북미 지역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앞세웠다.

LS전선은 HVDC 케이블과 함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한 솔루션을 앞세웠다. AI 데이터센터는 기가와트(GW) 단위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효율적인 전력 설비가 필수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시스템처리장치(CPU) 서버에 비해 필요한 전력이 5~10배 늘어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를 안정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전력 케이블 집적도가 올라가야 한다는 의미다.

LS전선의 초전도 케이블은 기존 방식에 비해 열 발생, 전력 손실이 덜해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잇는 프로젝트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자회사 LS머트리얼즈의 고성능 전력 저장장치인 울트라커패시터(Ultra Capacitor·UC) 역시 AI 데이터센터 솔루션에 꼭 필요한 장비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000배 이상 빠른 충방전 속도를 기반으로 GPU 클러스터의 전력 부하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덕분이다. LS 계열사가 공략 가능한 AI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LS전선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공개(IPO)도 추진하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이다. 구본규 사장은 “전선 시장 미래는 밝지만 전선업 특성상 투자 후 성과가 극대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상장은 반드시 하더라도 당장은 실적, 재무 구조 개선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LS그룹 차기 총수 경쟁 격화되나

구동휘 LS MnM 대표와 경쟁할 듯

LS 오너가 3세인 구본규 사장이 직접 나서서 미래성장전략을 밝히자 재계에서는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구본규 사장은 구동휘 LS MnM 대표(구자열 LS 이사회 의장 장남)와 함께 LS그룹 차기 총수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인 구본규 사장은 미국 퍼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LS전선 미국법인에 입사한 후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10년 LS일렉트릭 자동화 아시아퍼시픽 영업팀장, 2019년 LS엠트론 경영관리 최고운영책임자(COO), 2021년 LS엠트론 CEO를 거쳐 2022년 초 LS전선 CEO(부사장)를 맡았다. 그해 말에는 사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LS 측은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강한 추진력으로 사업 성과를 창출했다”고 승진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구본규 사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LS전선 실적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구 사장 취임 전인 2021년 LS전선 매출은 5조85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6조2171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2325억원으로 전년 대비 60%가량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주도 날개를 달았다. 올 1분기 기준 LS전선 수주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5% 증가한 4조5591억원에 달했다. 수주가 급증하면서 LS전선 주요 공장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중이다. 경북 구미 공장의 나동선 가동률은 104.4%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7.5%포인트 뛰었다. 나동선은 겉에 아무것도 씌우지 않은 구리줄로 가공 송전선과 배전선, 전력 케이블 등을 만드는 핵심 소재다.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으로 세계 곳곳에 데이터센터 설립이 잇따르는 데다, 북미를 중심으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대거 신설되면서 글로벌 전력망 투자가 급증한 덕분이다. 특히 구 사장은 2007년부터 LS전선 미국법인에서 일하며 현지 경험을 쌓아온 만큼, 미국 전력 시장이 호황을 맞은 지금이 공격 경영에 나설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구 사장은 오는 10월 주주총회, 이사회를 거쳐 해저케이블 전문 업체 LS마린솔루션 대표까지 겸직해 경영 보폭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물론 구 사장 앞날에 탄탄대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HVDC 기술 유출을 두고 경쟁사 대한전선과의 갈등이 격화되는 점이 악재다.

양 사 분쟁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건축 설계를 담당한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가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 공장 건설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가 LS전선 노하우를 대한전선 공장 건축에 활용했는지 수사 중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 레이아웃을 탈취했는지 여부다.

LS전선은 공장 레이아웃을 포함한 설계 자체가 기밀이라고 주장한다. “최대 수백 ㎞에 달하는 해저케이블을 생산, 보관,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반 케이블과 다른 특수 설비가 필요하고 배치도 중요해 주요 케이블 제조사들은 핵심 기술로 관리한다. 이런 노하우가 레이아웃에 담겨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은 “LS전선의 영업비밀을 탈취한 적이 없고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건설했다”고 주장한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범죄 행위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지금은 분위기가 좋지만 해저케이블 등 글로벌 전선 사업 성장세가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북미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더 이상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구본규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야심 찬 목표치를 내세웠지만 데이터센터, 전력망 시장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40대 중반(1979년생)으로 젊은 데다 대내외 악재도 적잖아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싶다.” 재계 고위 관계자 귀띔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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