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국왕 "한국이 롤모델" 홍석현 회장에 금융허브 청사진 설명

전수진 2024. 9. 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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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왼쪽) 부탄 국왕이 25일 환담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과감한 혁신을 통해 부탄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 부탄의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국왕이 25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에게 국제 금융 허브 건설 계획의 청사진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 프로젝트를 천명한 뒤, 세계 각지의 정·재계 인사 및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조언을 구해왔다. 이번 22~25일 방한 역시 그런 맥락이다. 왕추크 국왕은 방한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부탄에게 한국은 좋은 롤모델"이라며 "세계 각지의 많은 인사들을 만나왔는데, 한국에도 꼭 와서 지혜를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왕추크 국왕의 혁신 비전은 겔레푸라는 이름의 소도시에서 출발한다. 부탄의 인구는 현재 약 78만명, 겔레푸는 1만이 채 되지 않는다. 왕추크 국왕은 "겔레푸는 특별 행정구역으로 기존 부탄 정부의 세금 및 통화 정책에서 완전한 자율성을 가질 것"이라며 "설계와 건설도 이미 시작했고, 국제공항도 2028년까지 완공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위치만 부탄일뿐, 부탄의 기존 경제 시스템에서 자유로운 국제 금융 허브를 신설하겠다는 포부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1국가 2체제도 불사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이 선행돼야 부탄의 젊은이들도 부탄에서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부탄 국왕이 25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에게 혁신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부탄의 지리적 특성을 경제 발전에 십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에 갇힌 홍콩ㆍ싱가포르와 달리 부탄은 동남아와 남아시아를 잇는 가교가 될 수 있다"며 "겔레푸는 실제로 중국과 인도 모두와 지리적으로도 가깝다"고 강조했다.

왕추크 국왕은 이 프로젝트를 "겔레푸 마음챙김 도시"라고 명명했다면서 "경제뿐 아니라, 명상과 영성을 위한 성지로서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석현 회장은 "한국도 한때 은둔의 나라(hermit kingdom)로 불렸다"며 "부탄에도 무궁한 발전가능성이 있고, 이런 장기적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어 '겔레푸 프로젝트'에 대해 "경제학을 공부했던 입장에서 봐도 흥미로운 계획"이라며 "부탄의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국민의 행복지수도 높지만, 국가 발전이 우선돼야 경제에 활력이 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왕추크 국왕은 "바로 그 부분이 결단의 배경"이라며 "젊은이들이 지금처럼 이웃 국가로 경제활동을 하러 가지 않고, 부탄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탄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혁신은 왕추크 국왕의 오랜 통치 키워드였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그는 2006년 만 26세로 즉위한 뒤 스스로 절대왕정을 포기했다. 의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 표결을 하면 국왕을 탄핵할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지지율은 각종 조사에서 90%를 훨씬 넘긴다. 평민 출신의 왕비 제선 페마와의 러브 스토리도 유명하다. 2남 1녀를 두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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