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박람회서 '전기차 화재'를 외치다… "안 타본 사람이 우려 조장"
수소박람회 한창인 킨텍스서 '전기차 화재' 외친 이유
인천 화재 이후 수요 실제로 줄어… 보급 확대 '총력'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인식 개선에 총대를 메고 나섰다. KAMA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국제 수소 엑스포 'H2MEET'이 개막한 날, 시선 분산을 감수하면서까지 같은 장소에서 '전기차 화재 예방' 이슈를 다루는 승부수를 뒀다.
친환경차 보급에 매번 목소리를 내오긴 했지만, 지난달 초 인천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수요가 크게 줄면서 수소보다는 전기차 인식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강남훈 KAMA 회장은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7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에서 인사말을 통해 "최근 전기차 화재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과학적 근거 없이 불안감을 조장하는 일이 벌어져 전기차 캐즘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팩트에 기반한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에는 국내 자동차, 특히 전기차와 관련된 협회와 시민단체들이 총동원됐다. 지난달 초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이후 높아진 국민 불안감과 줄어든 전기차 수요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이날 포럼이 더욱 주목된 것은 KAMA가 서울모빌리티쇼와 함께 힘주고 있는 H2MEET이 개막한 날에 함께 이뤄졌다는 점이다. H2MEET은 국제 수소 엑스포로, 강남훈 KAMA 회장은 H2MEET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KAMA가 그간 국내 친환경차 보급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오긴 했지만, 사실상 수소차, 수소 기술에 집중돼야할 시점에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을 논의한 것이다. H2MEET 기간에 수소에서 벗어난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 것도 처음이다.
KAMA가 H2MEET 기간에 수소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건 수소에 대한 관심보다 전기차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 역시 친환경차로 주목받고는 있지만, 국내에 인프라가 많이 깔려있고, 보급속도가 빨랐던 전기차의 부진은 곧 향후 수소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확대'라는 목표에서 더욱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인식 개선에 대한 간절함은 이날 포럼에서도 잘 드러났다.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구매 의향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전기차 사용자와 비사용자 간의 인식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다. '전기차를 타보지 않은 사람이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인천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난 8월 진행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에 대한 화재 위험성 인식' 설문에서 '전기차가 위험하다'고 답한 전기차 보유자들은 26.7%로 답한 것에 반해, 비보유자들은 71.8%에 달했다. 전기차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집단의 89.1%가 비보유자였던 셈이다.
발표자로 나선 한국진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이사는 "전기차 전기차를 타지 않으시는 분들, 비보유자가 89.1%가 '전기차 더 위험하다'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 설문에 참여한 90% 이상은 인천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를 접했다고 답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설문이다. 비보유자들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 예방과 관련한 제조사의 발표도 이어졌다. 권기환 현대차그룹 상무는 제조사 차원에서 ▲배터리시스템 안전설계 ▲과충전 방지 기술 ▲BMS 사전 안전 진단 기술 ▲배터리 점검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상무는 "지난 8월 초에 청라에서 화재 사건이 났을 때 저희는 사실 멘탈이 나갔었다. 내부적으로도 현대차, 기아의 대처, 위기감 등이 있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설명을 하는 작업들을 했었다"며 "전기차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그런 단계로 넘어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화재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현대차그룹 외에도 셀 설계사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주차 중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배터리 화재를 미리 감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배터리 화재가 나더라도 초기에 진압에 성공하면 다른 곳으로 더 확산되지 않기 때문에 소방서 등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관련 대책이 빠르게 수립되고, 정착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소방연구원에서의 조사 결과, 미국보다 한국의 전기차 화재 진압 기술이 더 뛰어나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용운 소방연구원 박사는 "국민적으로 불안감이 커졌지만, 오히려 이게 기회라고 생각을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가 지하주차장에서 이런 문제가 조금 종식이 되고 빨리 전기차 도입이 된다면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소방대원들이 전기차 화재 현장에 진입해서 불을 못 끈 적은 없다. 전기차 화재는 증가하고 있지만 사실은 교통사고가 많이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지금 세계에서 우리나라 소방이 가장 잘한다고 자부심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미국이 제일 잘할 것 같지만, 최근 미국에서 우리나라가 하는 훈련을 따라하고 있다. 배터리는 사실 끄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초기 진압과 완전 진압으로 나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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