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조선·철강·화학 임단협 장기화…노사 입장 팽팽, 접점 찾을까
자동차·조선·철강 업계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노사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통상 산업계와 노동계는 추석을 ‘임단협 마지노선’으로 잡아 왔다. 하지만 올해는 추석이 평년보다 이른 9월이었고,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성장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업계에선 르노코리아와 기아의 올해 임단협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먼저 르노 노조는 지난 13일 전면 파업에, 회사 측은 이때부터 부분 생산 체제(직장 부분폐쇄)에 돌입했다. 다만 르노 사측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비노조원과 파업 미참여 인원을 중심으로 신차(르노 그랑 콜레오스) 인도를 위한 후속 작업을 진행했다.
르노 관계자는 “비노조원 등 전체 생산직의 절반 정도가 라인에 투입되고 있다. 평시엔 2교대로 일 800대 생산이 목표인데, 현재는 교대 없이 하루 300대 전후로 생산하고 있다”며 “신차 출시 직후라 고객들의 관심이 많은데, 신차 인도 등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조와도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 노조는 지난 12일 찬반 투표에서 임협 잠정합의안은 통과시켰지만, 단협 잠정합의안은 부결시켰다. 같은 그룹사로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가 지난 7월 역대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며 일찌감치 임협을 마무리한 상황이라 기아의 임단협 조기타결 전망이 나왔지만,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기아 노사는 오는 27일 10차 교섭을 열고 새로운 단협 합의안에 대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협상을 앞두고 기아 노조는 오는 28일 이후 특근 거부 방침을 밝히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 기간(1·3일)에도 라인을 가동해 물량을 확보하려던 기아 사측의 계획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내 완성차업계 중 KG모빌리티(KGM)는 지난달 임단협을 타결하며 15년 연속 무분규 임금 협상 기록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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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조 “조선업 초호황”…사측 “불확실성 커”
조선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이 올해 20여 차례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조선업이 초호황을 맞은 만큼 임금·복지 수준을 최대한 끌어 올리려는 입장이고, 사측은 선박 수주가 경영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어 당장 임금·복지 수준을 올리는 건 부담스럽고 향후 경영 불확실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주요 조선사 노조 연맹인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가 내달 11일을 임단협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만큼, 노사 양측 모두 움직임이 분주하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4시간 파업에 이어 오는 27일 7시간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사측은 기본급 10만2000원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노조 측은 19만48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견해차가 큰 상황이다. 다만 양측은 지난 24일 열린 23차 교섭에서 “이견을 빠르게 좁히기 위해 매일 교섭을 진행하자”는 내용에 합의했다.
한화오션도 사측이 기본급 8만7000원 인상과 일시금 200만원 등을 제안했지만, 노조(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가 이를 거부하고 노조 간부 부분파업 등을 이어나가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7월부터 한화그룹 본사 사옥이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 등을 찾아 상경 투쟁도 벌이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노사의견 조율을 위해 집중교섭을 진행하는 등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수요부진…철강업계 노사 입장차
철강업계도 노사 협상이 안갯속이다. 노조는 그간 물가 상승률이나 다른 대기업 대비 연봉 인상률이 낮았다고, 회사 측은 중국의 철강재 밀어내기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업황이 좋지 않아 임금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지난 11일 8차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집행부 임원 선거가 겹치며 노사 협상 시계도 멈췄다. 포스코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 임원 선거가 끝난 뒤 교섭 조기 마무리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12일 첫 상견례 이후 교섭을 이어나가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등을 요구했고, 사측은 협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사 1노조 협상’을 요구하는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노조·산별노조) 측과 개별 교섭을 요구하는 회사 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LG엔솔은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분사했고, 지난해까지 ‘2사 1노조 협상’을 진행해왔다. LG화학에는 산별노조 외에도 4개의 노조가 있고, LG엔솔은 산별노조가 유일하다.
LG측 관계자는 “2사 1노조 협상과 각사 협상 등을 두고 협상 방안과 방식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LG엔솔 분사 이후 4년 정도가 됐고, 두 회사의 업종과 업황이 달라서 일괄 협상을 하는 게 쉽지 않아 협상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조 내부에서도 협상 방식을 두고 이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5개 노조가 대표교섭권 획득을 위한 자율적 단일화를 진행했다. 삼성전자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 사무직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등의 노조가 있다.
지난해 전삼노가 대표교섭권을 확보해 사측과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유효기간(1년)인 지난달까지 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대표교섭권·파업권 등을 상실했다. 이날 자율적 단일화가 불발될 경우, 별도의 과정을 거쳐 대표교섭권을 획득한 노조가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 사측은 지난 12일 전삼노 집행부 3명을 경찰에, 전삼노는 이날 사내 임직원 2명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각각 고발하며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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