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행정 탓에 떠내려간 9억여원… 내 돈 아니니 또 한다?
[박은영 기자]
▲ 오랜만에 만난 검은등할미새 |
ⓒ 임도훈 |
검은등할미새 두 마리가 울면서 천막농성장 근처 웅덩이 주변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큰비로 물이 가득 찬 강이 흐르는 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새들의 소리가 들리냐, 들리지 않느냐 인 듯하다. 가득한 물줄기가 바쁘게 움직이는 곁에서 새 울음 소리는 왠지 아득하게 멀리서 들려온다. 떠나가는 이의 멀어지는 목소리 같다.
물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다시 텐트와 의자를 내려놓고 앉으니 비로소 새들의 소리, 풀벌레와 풀숲의 소리가 들린다. 완연한 가을바람이 금강과 만나 하늘과 강 모두 목욕 마치고 나온 뒤 바깥 공기처럼 시원하고 청량하다. 계절의 급변함이 불안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가을바람은 반갑다.
한동안의 폭염과 폭우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인간이 자연 앞에서 그 오만함을 한 꺼풀이라도 더 벗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 물 속으로 이어진 백제문화이음길 |
ⓒ 보철거시민행동 |
수자원공사 담당자에게 확인한 말이다. 얼마 전 큰비로 백제문화제 때문에 설치한 시설물이 부서지고 떠내려 간 것을 확인하고 온 것이 불과 하루 전인데, 공주보 수문을 닫았고 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하는 과정에 들은 이야기다. 지난 22일 오후부터 공주보 담수가 시작되었다. 큰비가 채 지나가지도 않았고 부서진 배와 배다리 등이 보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물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공주시는 그 무능함과 무책임함을 계속 증명하고 있다(관련기사: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https://omn.kr/2a9vt).
▲ 공주시 관광과 면담 및 항의방문 모습 |
ⓒ 보철거시민행동 |
▲ 파손된 황포돛배들 |
ⓒ 보철거시민행동 |
▲ 물 속으로 잠수해야 건널 수 있는 아찔한 백제문화이음길 |
ⓒ 임도훈 |
▲ 사진 맨 앞 물총새와 잔소리꾼 얼간이새 |
ⓒ 임도훈 |
오랜만에 만난 물총새. 뽀르르 모습을 드러내 날아간다. 전에 얼가니새(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앞에서 할미새를 물총새라고 했다가 그걸 구분 못한다고 잔소리를 한 바가지 들었던 일이 생각나 웃었다. 물총새가 이 서러움을 알아줄까 모르겠지만 다음엔 적어도 할미새로 착각하진 말아야겠다.
천막농성장 앞 추억은 모두 이 주변의 생명들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가 물로 가득 차 생명들이 떠난다면 이 추억도 모두 수몰되니 잘 지켜야겠다, 생각하며 조금 더 명랑한 생각들과 작당을 꾸며보기로 한다.
가을이 깊어간다. 우리의 투쟁도 더 깊어진다. 금강은 오늘도 힘차게 흐르고 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난 정말 인간도 아니었구나' 하지 않게, 동두천 성병관리소 남겨주세요"
-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 꼬여버린 명품백 사건... 당신이 검찰총장이라면?
-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없었다? 정점식이 꺼낸 '수상한' 공문
- 음악 크게 틀어달라더니 누워서 딥키스... 모멸감이 들었다
- 미 대선판 달군 전문가의 분석 '해리스의 골든크로스'
- "혁신파크 부지를 헐값에? 오세훈식 기업프렌들리!"
- "윤-한 이럴 거면 왜 만났나, 국민만 불행"... 보수의 한숨
- [손병관의 뉴스프레소] 김건희-> 명태균 "오빠한테 전화 왔죠? 잘 될 거예요."
- '채 상병 거부권' 남발, 상설특검으로 대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