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통보' 여친 살해 김레아…검찰, 무기징역 구형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레아(26)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검찰은 25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레아의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 결심 공판에서 “범행의 중대함과 참혹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해달라”며 무기징역과 30년간 전자장치부착, 5년간 보호관찰 명령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모친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를 찌르고, 도망가는 피해자를 계속 붙잡아 찔러 살해하는 등 범행수법이 매우 잔인하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연인 관계인 피고인으로부터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끼며 생을 마감했다”며 “피고인의 범행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모친이 느꼈을 심한 공포와 충격도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또한 모친은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경위에 대해 사건 당일 피해자 모친이 흉기를 들고 위협해 저지른 범행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심신미약에 의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감경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국립법무병원 판단을 보면 사건 당시 피고인의 판단력은 건재했고 지금도 심신미약 등 정신질환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인관계가 단절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피해자와 이별할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예고하기도 했는데 사건 당일 피해자가 찾아와 데이트폭력에 항의하며 이별이 현실화하자 결국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며 “이는 우발적 범행이 아닌 예견된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레아가 구치소 접견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에게 ‘한 10년 살면 되지 않을까. 나가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자’고 말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사건 중대함과 참혹함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피고인에게 반드시 중형이 선고돼야 하고, 중형이 선고돼야만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받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레아는 이날 “제 가족은 아무 죄가 없다.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레아는 이날 범행 동기에 대해선 “스스로도 납득이 안 간다.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소주 한 병과 두통약을 먹었다는 김레아 주장에 대해 “당일 오전 학교 수업을 앞두고 소주를 마신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 심신 미약을 위한 허위 주장 아니냐”고 묻자 그는 “절대 아니다. 두통이 심해지면 소주와 두통약을 먹는다”고 답했다.
김레아는 최후 진술에서 “어떤 이유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살인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인생은 피해자와 모친께 매 순간 죄송해하고 기도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판 과정에서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가렸던 김레아는 이날은 머리를 뒤로 넘겨 묶고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25일 오전 9시 35분쯤 경기도 화성시 소재 자기 거주지서 여자친구 A씨(21)와 그의 모친 B씨(46)에게 흉기를 휘둘러 A씨를 살해하고 B씨에게는 최소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힌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됐다.
김레아는 A씨가 그간의 폭력 행위를 항의하며 이별을 통보하려 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평소 “A와 이별하면 A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말하는 등 여자친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또 A씨와 다투던 중 휴대전화를 던져 망가뜨리거나 주먹으로 A씨 팔을 때려 멍들게 하는 등 폭력적인 성향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혼자 힘으로 김레아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어머니와 함께 그를 찾아갔다가 변을 당했다.
검찰은 지난 4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모친인 B씨 앞에서 A씨가 흉기로 살해당한 범죄 잔인성과 피해 중대성 ▶교제 관계에서 살인으로 이어진 위험성 등을 알려 교제폭력 범죄 예방 효과 기대 등을 고려해 김레아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인 머그샷(mugshot: 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홈페이지(www.spo.go.kr/suwon)에 공개했다.
지난 1월 25일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시행 이후 최초로 신상정보를 공개한 사례였다. 이 법은 수사기관이 중대범죄자 최근 얼굴을 강제로 촬영해 공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김레아는 공개 결정에 불복해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다. 하지만 집행정지 가처분은 기각됐고, 본안 소송은 김레아 측이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는 다음달 23일이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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