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관치가 발목"…밸류업 지수서 빠진 '밸류업 우등생' 은행주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은행주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은행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금융당국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비교적 잘 따라왔던 ‘우등생’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관치(官治)에 은행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것이 지수 탈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예상 밖 지수 탈락 은행주에 ‘실망 투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B금융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75% 하락한 7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도 주가도 3.19% 하락한 5만7700원에 장을 끝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모두 전날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 투매’가 벌어졌다. 특히 대장주 격인 KB금융의 탈락에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우리금융지주 주가까지 이날 소폭(-1.33%) 하락하며 영향을 받았다. 은행주는 아니지만 역시 지수 포함이 불발된 금융사인 삼성생명도 전 거래일 대비 4.49% 급락한 9만36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시장에서는 그간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온 금융주들이 이번 밸류업 지수에 대거 포함될 수 있다고 기대했었다. 특히 금융당국 영향을 많이 받는 은행주를 비롯한 금융주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당국의 밸류업 정책도 비교적 잘 수행한 편이었다. 이번에 지수에서 탈락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적극적으로 중장기 자본정책을 발표한 데다, 오는 10월에 ‘밸류업 공시’까지 내기로 예고했었다. 밸류업 지수 포함된 곳 중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은 총 7곳에 불과하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은행주는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2개뿐이었다.
은행 발목 잡은 낮은 PBR…“결국 ‘관치’ 때문”
은행주가 밸류업 지수에 빠진 이유로 우선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꼽힌다.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기업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닐 것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PBR 순위 전체 혹은 산업군 내 50% 이내 등 4가지 기준으로 지수 편입 기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조건 중에 은행주들이 걸리는 부분은 낮은 PBR뿐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는 지난해 부진한 주가가 올해 조금씩 개선되는 상황으로 2년 평균 PBR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은행주 PBR을 낮게 만든 이유는 역설적으로 금융당국의 ‘관치’가 꼽힌다. 은행이 이익을 내거나 주주 환원을 늘릴 때마다 금융당국이 비판적 입장을 취하며 제동을 걸었던 것이 주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많이 발생하자 2조원이 넘는 규모의 ‘상생 금융’을 압박했다. 또 최근에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 크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발언하며 관치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금융당국이 은행 경영에 관여할 때마다 주가가 하락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에 금융지주 4사(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2022년~지난해 평균 PBR은 0.37배에 그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공적 역할 등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은행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히게 됐고 그것이 은행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된 것 같다”라며 “밸류업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에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은 없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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