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우크라군 관계자 "BTS 티켓보다 싼 드론으로 러 전차 파괴"
“비대칭 전술의 핵심인 드론(무인 무기 체계)을 통해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현직 군인이 한국을 찾아 드론과 관련한 자신들의 ‘실전 경험’을 공유하며 이 같이 발언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국제협력부의 페트로 야센코 소령은 지난 24일 충남 계룡시에서 개최된 ‘유·무인 복합체계(MUMT) 군 프로젝트’ 콜로키엄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민간 군사안보 학술단체 창끝전투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국방부와 드론작전사령부 관계자를 포함해 민·관 안보 관계자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야센코 소령은 이날 발표를 통해 “전장에선 매일 수백 대의 드론이 소모되고 있다”면서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당 500~1200달러인 드론으로 250만~460만 달러(약 60억원)의 러시아 T-90 전차를 무력화할 수 있다”면서 “이는 BTS(방탄소년단)의 공연 티켓보다 적은 비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총참모부 집계에 따르면 우리는 현재까지 2만 5700대 이상의 러시아 전차·장갑차 등 차량, 러시아 흑해 함대 전력의 30%에 해당하는 군함 60척을 파괴했다”면서 “이는 (우리의)비대칭 전술인 드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9월 25일부터 10월 2일까지 일주일 동안 드론으로 무력화시킨 러시아 측 전력은 전차 33대·장갑차 37대·특수운반차량 41대·자주포 69대·야전 지휘소 142곳·박격포·대전차유도미사일(ATGM) 등 10대·다연장 로켓 3대 등이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양측의 무인기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효과’를 제대로 봤다. 해상 자폭 드론 마구라V5, '시 베이비(sea baby)'란 애칭이 붙은 말류크 무인 수상정 등을 앞세워 러시아 흑해 함대를 공격한 게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싸우며 무인기를 개발해 즉각 투입하는 부대를 두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무인 지상 차량(UGV)도 도입해 무인 무기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야셴코 소령은 “개인화 장비 드론(FPV)은 주로 지뢰 제거나 아군 보급품 전달, 적군 병사에 항복을 받아내는 용도에 쓰고 있다”면서 “시속 350㎞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는 쿼드콥터 드론은 러시아 측 드론을 격추하는 대공 방어에 주로 쓴다”고 전했다. 4족 보행 로봇은 주로 정찰에 활용하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말 그대로 드론이 정찰·공격·방어·보급 등 전장 곳곳에 투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실전에선 드론도 취약점이 적지 않다고 그는 평가했다. 드론과 이를 제어하는 기지국(지휘소) 간 신호 전송이 차단되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대(對)드론 체계를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야셴코 소령은 “우크라이나군은 100달러짜리 드론 탐지 장비와 적의 드론 제어 신호 전송을 차단하는 ‘트렌치 전자전(EW)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은 그물 포획이나 기관총, 기존 대공 무기로 러시아의 드론에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향후)레이저 무기도 하나의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야셴코 소령은 “최종 궤적 단계에서 인간의 제어를 받지 않는 인공지능(AI) 또는 자동화 요소를 갖춘 드론이 이미 양측 최전방에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엔 위성의 제어도 받지 않는 자율 주행 드론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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