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감금' 15개월 생중계…'日트루먼쇼' 희생양 반전 근황
다큐 '경쟁자' 코미디언 나스비 내한
98년 TV예능서 15개월간 감금 생존게임
日방송 최악 인권유린 희생양 꼽혀
고향 동일본 대지진 때 구호 앞장서
"위기, 기회로 만드는 인생 의미 깨쳐"

1998년 1월 일본 도쿄에서 무명 청년 코미디언이 나체로 굶주린 채 단칸방에 갇혀, 방송‧잡지 경품 응모로만 연명하는 생존 게임에 휘말린다. 주어진 건 경품 응모를 위한 잡지들과 엽서, 필기구 뿐. 받은 경품 가격 총합이 100만엔(당시 약 1000만원)에 도달하기 전까진 방에서 나갈 수 없다.
앞서 뽑기 투표로 니혼TV 예능 오디션에 낙점된 그는 눈이 가린 채 외딴 방에 끌려갔다. 아무런 설명도, 출연 계약서도 없이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댄 제작진의 첫 요구는 이랬다. “벗으세요, 전부.”
주요 부위만 가지 모양 CG(컴퓨터그래픽)로 가린 그의 알몸 분투기는 매일 24시간 촬영돼 무려 15개월 간 일본 전역에 방영됐다. '나스비'(なすび·'가지'라는 뜻, 턱이 가지처럼 길다며 붙은 별명)란 예명의 코미디언 하마츠 도모아키(浜津智明‧49)가 25년 전 겪은 잔혹 실화다.
개사료 먹고 조울증…예능 위해 생사 오간 15개월
목표(경품 가격 100만엔)를 11개월 만에 달성했지만, 제작진은 그를 한국에서 3개월여 간 추가 감금하고 촬영을 이어갔다. 이 방송 뒷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경쟁자(The Contestant)’(감독 클레어 티틀리)에서 츠치야 토시오 PD는 "TV 역사에 남을 명장면을 얻어 전율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지난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공개된 이 영화는 일본판 ‘트루먼 쇼’라 불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日방송 인권유린 희생양, 대지진 희망 아이콘으로
'역사상 가장 잔혹한 리얼리티쇼'에 주목한 영국 감독 클레어 티틀리는 무명 코미디언의 인권을 유린해 웃음을 짜낸 90년대 일본 예능업계의 추악한 민낯을 폭로하지만, 나스비를 가련한 희생자로 남겨두지 않는다. 고향 후쿠시마에서 활동을 이어가던 그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덮친 고향의 재건을 도우며 과거를 극복하는 과정을 뒤쫓는다.
‘전파소년’ 이후 정신적 후유증과 영양실조에 시달렸던 나스비는 e메일 인터뷰에서 “지금도 인간 불신의 감정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지만, 인간이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당시 얻은 지명도가 재난 구호 활동에 도움이 됐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인생의 의미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힘든 기억을 재조명한 다큐 출연을 수락한 이유는.
“클레어 감독의 배려를 느꼈다. 나를 불행한 존재로 보지 않고 ‘전파소년’ 이후 내 삶을 인간 재생 이야기로 그리고 싶다고 했을 때 확신이 생겼다. 내가 걸어온 길이 잘못된 길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Q : -촬영 당시 방문은 잠겨있지 않았는데, 왜 탈출하지 않았나.
“폐쇄된 공간에서 고독감을 견디는 동안 도피할 기력조차 잃었다.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비이성적 심리 현상)에 걸린 듯했다.”
Q : -익살스런 표정을 짓거나 춤을 추기도 했는데.
“방송 종료 목표에 가까워졌고,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순수한 감정에서 우러난 몸짓이었다.”
Q : -몰래카메라로 진행된 ‘전파소년’ 마지막 공개방송 녹화에선 알몸으로 방청객을 맞닥뜨렸다. 다큐에서 츠치야 PD는 “그 순간 이 쇼가 TV 역사에 남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 말에 위화감을 느꼈지만, 당시 열광하던 방청석을 돌아보면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진 채 상황 파악까지 꽤 시간이 걸렸던 게 기억난다.”
꿈 저당 잡힌 대가…출연료 1000만엔
방송 중 나스비가 쓴 일기는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1년 3개월간 삶을 저당 잡힌 대가는 출연료 1000만엔(약 1억원). ‘전파소년’의 알몸 이미지가 너무 강해 이후 그는 코미디언 활동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었다.

그가 웃음의 의미를 고쳐 생각하게 된 건 동일본 대지진 때 구호 활동을 하면서다. “내가 웃기건, 웃음거리가 되건 상대방의 웃는 얼굴을 보는 기쁨은 똑같더군요. 알량한 자부심은 내던지고 삽니다.”
"팬데믹 때 오히려 공감받아…살아있으니 운 좋죠"

한국에서 감금된 기억이 좋지 않을 텐데도 그는 여전히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후 방송 촬영차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고, 삼겹살‧떡볶이‧전은 일본에서도 가끔 먹는다면서다. 그는 "뭐든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다"며 "사회적 약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학대 받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작품은 주인공 사후에 제작되게 마련인데 저는 건강하게 살아있으니 운이 좋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고민할 때 이 영화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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