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축구로 82억 번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관리엔 2.5억 투자 그쳐
서울월드컵경기장이 2024년 현재까지 경기와 콘서트로 82억원을 번 반면 잔디 관리에는 2억5000만원만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축구대표팀의 A매치가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된 가운데 밝혀진 사실이라서 더 아쉽다는 게 축구 팬의 반응이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이 올해 8월 말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에 지출한 금액은 총 2억5327만원이다. 새로 심을 잔디에 1억5346만원, 잔디 보호용 인조매트 1994만원, 농약 및 비료 5140만원, 잔디 파종을 위한 오버씨딩기 1962만원, 잔디 폐기물처리 용역에 886만원 등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축구 경기와 콘서트 대관 그리고 각종 행사에 따른 주차요금으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올린 수익 총 82억550만원에 비하면 잔디 관리에 투자한 비용은 상당히 작아 보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구대표팀 A매치(국가대항전)로 9억9426만원,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경기로 11억3832만원, 콘서트 등 문화행사로 24억3447만원, 일반행사로 36억3846만원을 벌었다. 주요 문화행사 대관 수입은 가수 임영웅 콘서트가 14억3899만원이었다. 9월 21∼22일 열린 가수 아이유 콘서트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아이유 콘서트 대관 수익으로도 최소 1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월드컵경기장은 하루 전용 사용료에 더해 축구 경기나 콘서트, 공공 행사 입장료의 8%를 받는다. 일반행사는 관람 수입의 15%를 가져간다. 역대급 폭염을 겪은 올해 임영웅·아이유 콘서트까지 겹치며 경기장엔 잔디 훼손 논란이 일었다. 아이유 콘서트를 전후로 축구 팬과 가수 팬이 잔디 관리 책임을 놓고 갈등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축구 팬은 잔디에 무대를 설치하고 의자를 까는 과정에서 잔디가 훼손됐다고 비판하고, 가수 팬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가수에게 책임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15일 축구대표팀과 이라크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4차전마저 치르지 못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라크전을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르기로 했다. 지난 5일 팔레스타인과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에서 비긴 뒤 주장 손흥민은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우셨을 것"이라며 "홈에서 할 때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만큼 열악한 잔디 상황에서 경기를 강행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위성곤 의원은 "서울시가 아이유 콘서트를 앞두고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 등을 발표하며 팬들 입장에선 마치 가수가 잔디 훼손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갈등을 부추겼다"며 "지난해 잼버리 콘서트 강행 등에도 문제가 있었던 만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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