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는 없었다... 서울에 상륙한 거장의 팝 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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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의 유명 음악 매거진 <롤링스톤> 은 나일 로저스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7위에 선정하면서 "지난 50년 동안의 팝 음악은 나일 로저스의 기타 이야기"라고 극찬했다. 롤링스톤>
대중음악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나일 로저스를 마주치게 된다.
브라스 섹션과 기타, 키보드, 베이스, 드럼, 그리고 걸출한 여성 보컬리스트로 구성된 8인조 밴드는 나일 로저스의 음악사 강의를 충실하게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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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파 기자]
▲ 8인조 밴드와 함께 첫 내한 공연 펼친 나일 로저스(Nile Rodgers) |
ⓒ 이현파 |
대중음악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나일 로저스를 마주치게 된다. 그의 '처킹 기타' 주법은 어떤 음악에든 리듬감을 부여한다. 자신의 밴드 시크(Chic)를 비롯해 데이비드 보위, 마돈나, 다프트 펑크, 시스터 슬렛지, 비욘세, 다이애나 로스, 듀란 듀란 등이 그 수혜자다. 최근에는 제이홉, 르세라핌 등 케이팝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통해 다시 한번 보폭을 넓혔다. 나일 로저스의 이름은 곧 펑크(Funk)와 디스코의 동의어다.
지난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나일 로저스&시크 라이브 인 서울'(Nile Rodgers&CHIC Live in Seoul)'이 열렸다. 나일 로저스의 데뷔 이후 52년 만에 처음으로 펼쳐지는 내한 공연이었다. 그는 음악 팬들이 알고 있는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베레모, 선글라스, 그리고 화려한 의상까지, 모든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일 로저스의 모습이었다. 물론 90분 내내 울려 퍼진 특유의 그루비한 연주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일 로저스였다.
이번 내한공연은 그가 지난 52년 동안 나일 로저스가 쌓아온 찬란한 유산의 집약체였다. 첫 곡 'Le Freak', 'I Want Your Love', 'Dance Dance Dance' 등 Chic의 명곡을 제외하더라도 풍성했다. 나일 로저스가 프로듀싱한 마돈나의 'Like A Virgin', 'Material Girl',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 'Lose yourself and Dance', 다이애나 로스의 'I'm Coming Out' 등 쉼 없이 이어지는 히트곡에 팬들은 열광했다.
올림픽홀은 수천 명이 춤추는 댄스 플로어로 변했다. "내가 연주하는 곡 대부분은 여러분이 알 것"이라는 로저스의 멘트에 허세는 없었다. 수십 년 치 대중음악사 강의와 다름없는 공연이었다. 동시에 그가 수십 년 동안 음악 팬들을 춤추게 만들었다는 증거다
▲ 나일 로저스&시크 라이브 인 서울'(Nile Rodgers&CHIC Live in Seoul)' |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
특유의 펑키 그루브로 다양한 시대를 경유하던 나일 로저스는 자신이 프로듀싱한 데이비드 보위의 디스코 명곡 'Let's Dance', 그리고 시크의 명곡 'Good Times'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특히 그룹 슈가 힐 갱이 'Good Times'를 차용해 만든 힙합 최초의 히트곡 'Rapper's Delight'의 랩을 로저스가 직접 부르는 장면 역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나일 로저스가 만들어낸 곡들은 힙합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최근 받고 있다.
일흔두 살 나일 로저스는 비욘세의 'CUFF IT'을 연주하기 전, 자신이 2023 그래미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은 사실을 자랑하며 수줍게 웃었다. 범접할 수 없는 음악의 전설이지만, 이날 그는 생각보다 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는 명연주자일 뿐 아니라 밴드의 프론트맨로서도 훌륭했다.
그는 관객과의 소통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 첫 곡 'Le Freak'부터 정열적으로 떼창과 호응을 유도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하고, 무대의 양 끝을 오가며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맞댔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무대를 한동안 떠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춤을 추며 여운을 달랬다. 팬들이 준비한 앨범에 사인을 하기에도 바빠서 무대를 좀처럼 떠나지 못하기도 했다. 이 모습마저도 그가 지켜온 경쾌한 음악 세계와 어울렸다.
나일 로저스는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온 장인이다. 한국 팬들과의 첫 만남은 다소 늦었지만, 다행히 노장의 세계는 전혀 노쇠하지 않았다. 나일 로저스는 절망과 냉소 대신 댄스 플로어의 여유를 선사한 채 공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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