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자책골 이끈 당신은 국회 메시” 野 강유정에 찬사

24일 축구협회 현안질의서 ‘송곳’ 질의
“이게 바로 빌드업” 축구팬들 환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상대로 질의를 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지난 24일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현안질의에 나선 야당 초선 국회의원의 질의에 축구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 체육계 인사들을 상대로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질의를 하며 답변을 이끌어낸 이는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축구팬들은 강 의원의 질의 영상을 공유하며 “오늘의 MOM(Man of the Match·최우수선수)” “국회 메시” “평점 10.0”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꼽힌 장면은 정 회장으로부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끌어낸 뒤 이를 축구협회 정관상 임원 결격 사유로 연결짓는 부분이다. 그 결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정 회장의 4연임 저지를 약속받기도 했다. 해당 질의 장면을 두고 축구팬들은 “빌드업에서 시작해 전방 압박을 하더니 상대방 자책골까지 유도해버렸다”며 축구에 비유해 칭찬을 쏟아냈다. “한국 축구에는 강유정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질의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내용은 아니었다고 한다. 강 의원은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정 회장이 하루종일 뻔뻔하게 대답을 하길래 사퇴시킬 방법이 없어서 저러는구나 싶어서 회의 도중 급하게 축구협회 정관을 찾아봤다”며 “사실 현장에서 급조된 질문”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전날 현안질의와 관련해 “그동안 대중들이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축구협회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축구협회가 말 그대로 ‘사유화’됐다는 것을 많은 분들께서 확인하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 의원의 질의가 큰 주목을 끌면서 그의 과거 이력도 관심을 받고 있다. 강 의원은 문화·영화 평론가 출신으로 국어국문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신춘문예 3관왕 이력도 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문화예술계 인재로 영입돼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현재는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강 의원은 “축구를 특별히 잘 알지는 못하고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좋아하는 정도”라며 “이전부터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많아 지켜보고 있었다. 일반 사람들의 눈높이로 접근한 게 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다음달 22일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정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약 한 달 만에 다시 두 사람이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강 의원은 “아직도 축구협회에 숨어있는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며 “한 달 사이에 어느 정도 개선이 되는지 살펴본 뒤 국정감사를 통해 축구협회의 문제를 더 엄격하게 파고들겠다”고 예고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병주 기자

#장면1 “행정소송을 불사하고라도 4연임 저지”

강유정 =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를 거론하며) 이게 바로 우리가 말하는 불공정하다. 홍명보 감독 알죠 대한민국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제가 처음 말했다시피 이거 인사입니다. 인사. 자 그럼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회장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몽규 = 뭐 국민들에게 뭐 염려를 이렇게 끼치고 피로감을 드려서 상당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강유정 = 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인정했습니다. 축구협회 정관 제29조 임원의 결격 사유가 있습니다. (중략) 자 이제 문체부 장관에게 묻겠습니다. 축구협회 임원 문제에 있어서 지금 회장이 본인 스스로 증인으로 출석해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라고 얘기를 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체부가 축구협회를 감사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회장의 자격 정지를 요구하고 임원 자격이 정지되면 4연임에 도전할 수 없는 규정이 있습니다.

유인촌 = 네.

강유정 = 의사 있으십니까?

유인촌 = 네 맞습니다.

강유정 = 행정소송을 불사하고라도 4연임 저지할 수 있다라는 문체부 장관의 저는 약속을 받았다고 생각을 하겠습니다.

유인촌 = 네.

#장면2 “공정은 입증 가능한 영역…채점 결과 있습니까”

강유정 = 축구협회가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 모임인가요?

정몽규 = 아닙니다

강유정 = 아니죠. 오늘 주신 말씀자료 보니깐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서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라고 쓰여있습니다. (중략) 공정과 불공정은 설득의 영역이 아니라, 입증 가능한, 자료 주셔서 설명하시면 더 이상 여기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깁니다’ 판단을 물을 일이 없어요. 그런데 자료 제출을 거의 제대로 안하셔서 이 자리 나와서 시간 보내고 계십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지만 공정은 설명의 영역입이다. 입증 가능한. 그렇다면 최종 후보자 3인의 평가에 대해서 정성 지표, 정량 지표로 구분된 점수표, 회의록, 채점결과 있습니까?

정몽규 = 그건 잘 모르겠고요.

강유정 = 아니. 최종 선택을 하셨는데 이걸 왜 모르죠. 본적 없으세요? 정량지표 정성지표로 나눠진 점수표, 회의록, 채점결과 보신적 없습니까?

정몽규 = 의원님게서 혹시 머니볼이라는 영화를

강유정 = 아니, 아니 설명하지 마십시오.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입증 가능한 영역이라고. 있어요, 없어요?

정몽규 = 감독 선임의...

강유정 = 저희 의원실에서 요구했지만 안줬습니다. 있으면 오후까지 받아주실 것을 위원장님께 부탁드립니다. 이게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는 겁니다. 동네에서 뭐 하나 하려면, 이거 인사문제에요. 회장님, 인사문제입니다. 감독을 마음에 드는사람 데려다놓는 문제가 아니라, 감독 인사 문제입니다. 인사 비리, 인사 불공정, 이 부분에 대해서 묻고 있는데, 채점 결과를 못주겠대요. 황당합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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