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래도 대장”-“회초리 들때”… 부산 금정 후끈

송경모 2024. 9. 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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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대통령 힘 실어줘야” “금정 도움될 사람으로”
이재명 대표, 현장 최고위 주재
야권 후보 단일화 변수
10·16 금정구청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24일 오후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자·지도부가 상인 및 시민 등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3주 앞으로 다가온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가 ‘거대야당 견제론’과 ‘정권 심판론’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 동력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아직 우세한 분위기지만, 의료공백 장기화와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여파로 바닥 민심은 흔들리는 모습이다. 야권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가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정구 남산동에서 만난 주점 사장 정학재(56)씨는 “지금은 대통령이 잘하든 몬(못)하든 힘을 실어 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야, 대장을 어느 정도는 밀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힘의 균형이 맞질 않는다”며 “같은 당조차 다른 길로 가려 드니 대통령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금정구민들은 역대 구청장 선거에서 2018년 한 차례(정미영)를 제외하고 매번 보수 정당의 손을 들어줬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최근 동반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그래도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서동 미로시장에서 만난 주부 허모(63)씨는 “더불어민주당은 고함만 질러대고 신뢰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부산대 한 대학원생은 “민주당을 찍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조국혁신당을 찍을 순 없지 않느냐”며 “현 정부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전 정부보다는 낫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지지자들은 정부·여당이 수세에 몰렸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부산대 앞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이영근(64)씨는 “금정에서 야당이 되면 판이 뒤집어져뿐다”며 “우째 될라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연민을 내비치는 이도 있었다. 서동의 60대 주민은 “(김 여사 의혹 관련) 자꾸 죽어라꼬 ‘밝혀라, 밝혀라’ 하는데 민주당엔 그런 게 없겠느냐”며 “대통령도 사람인데 마음이 힘들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균열도 곳곳에서 관측됐다. 지난 총선까지 국민의힘에 표를 던졌다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정부가) 일하는 방식이 전혀 안 맞는다”며 “의대 증원만 봐도 그렇다. 내년 정원을 올해 한번에 정해서 우르르 막무가내 늘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실리론’도 나왔다. 줄곧 국민의힘을 지지해왔다는 철물점주 박모(60)씨는 “요즘은 민주당이라고 비리비리한 것도 아닌 게 국회 의석이 훨씬 많지 않느냐”며 “금정에 도움이 될 사람을 뽑으려 한다”고 말했다.

야당 지지층은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을 고리로 결집하고 있다. 부산대 인근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이모(59)씨는 “요즘엔 공천 개입 얘기까지 나오더라”며 “뉴스를 보면 가관이란 생각 뿐”이라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원 사격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정권 심판’을 거듭 강조했다. 김경지 예비후보와 함께 미로시장을 찾은 그는 “(정부에) 회초리를 들어 정신 차리라고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선거”라고 말했다.

구체적 노선에는 이견이 있더라도 정부·여당에 표를 던지는 것보단 낫다는 얘기다. 부산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64)씨는 “이 대표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요즘 민주당의 행보가 너무 강경해 불만”이라면서도 “더 싫은 건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서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남현(61)씨는 “이 대표를 지지하지만 혁신당이든 민주당이든 단일화되는 쪽으로 찍을 생각”이라며 “국민의힘보단 낫다”고 강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3일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류제성 예비후보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류 후보와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단일화 고비만 넘어선다면 야권 입장에서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혁신당에서 꾸준히 ‘선 토론 후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선 추후 지역 언론 여론조사 등을 거치며 자연스레 단일화가 성사될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저쪽(여당)에선 ‘탄핵을 막는다’는 명분이 있었던 총선 때와 달리 투표장에 나올 동인이 없을 것”이라며 “전체 투표율이 떨어지고 우리 쪽 유권자가 그대로 온다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는 본래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국민의힘에서도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25일 금정구청 인근 김경지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며 지원을 본격화했다. 이 대표는 “부산 시민, 금정 구민께서 명확하게 국정이 지금처럼 잘못돼선 안 된다고 경고해주셔야 한다”며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상벌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치료’를 하지 않으면 나라에 더 심각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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