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된 여고생 알고보니…오빠가 동생 이름으로 마약 밀수입
인천공항본부세관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25)를 지난 7월 초 인천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고등학생인 여동생의 이름으로 지난 7월 MDMA(엑스터시) 20g을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MDMA는 복용 시 머리를 좌우로 쉴 새 없이 흔드는 경우가 많아 ‘도리도리’란 이름으로도 알려진 마약이다.
세관은 지난 7월 통관 과정에서 국제우편물로 밀반입된 MDMA 20g을 적발했다. 세관은 우편물에 적힌 주소가 경기 남양주 소재 한 빌라인 점을 확인하고 전입세대 확인 등을 거쳐 여고생 B양(17)을 특정했다. 세관은 우체국 직원인 것처럼 위장하고 범인이 물건을 찾을 때 검거하는 ‘통제배달’ 수사로 B양을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B양이 받은 국제우편물 속 마약은 사실 그의 친오빠 A씨의 것으로 파악됐다. B양은 조사 과정에서 “친오빠가 택배를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B양은 A씨가 부탁한 우편물이 마약인지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6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본인 투약 목적의 마약을 독일에서 구매했다고 한다. A씨가 설령 단속에 걸리더라도 ‘잘못 배송됐다’고 진술하기 위해 친동생인 B양의 이름과 주소를 이용했다는 게 세관 측 설명이다.
세관은 적발 과정에서 A씨가 자택에서 마약류인 환각 버섯을 기른 혐의도 확인했다. 세관이 경기 용인 소재 A씨 자택을 수색한 결과 A씨의 옷방에선 그가 직접 재배하던 환각 버섯이 발견됐다. 그는 인큐베이터 등의 장비로 환각 버섯 포자 21개를 배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그의 개인 금고 속에선 향정신성의약품인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550장이 발견됐다. LSD는 우표와 같은 종이 형태로 유통되는 마약이다.
세관 관계자는 “해외 불법 마약류의 국내 반입을 엄중히 단속하고 마약류 밀수입자에 대한 검거 활동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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