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인 2세 피 못 속인다...런던 銅 전상균 딸 전희수, 유소년 신기록·주니어선수권 銀 3개 수상
차승윤 2024. 9. 25. 09:22
전희수(17·경북체고)가 2024 세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에서 유소년 세계기록과 함께 은메달 3개를 수확했다. 역시 역도인 2세다운 실력을 증명했다.
전희수는 25일(한국시간) 스페인 레온에서 열린 대회 여자 76㎏급 경기에서 인상 102㎏, 용상 130㎏, 합계 232㎏을 들어 3개 부문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역도는 올림픽의 경우 인상과 용상의 합계 기록만으로 메달을 수여한다. 하지만 세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는 합계 기록은 물론 인상, 용상에 대해서도 별개 수상을 진행한다. 덕분에 전희수는 세 종목에서 모두 은메달을 수상했다.
전희수는 인상 113㎏, 용상 131㎏, 합계 244㎏을 든 엘라 니콜슨(미국)에게는 밀렸지만, 3위 안나 암로얀(아르메니아)은 합계 4㎏ 차로 제쳤다. 암로얀의 합계 기록은 228㎏(인상 100㎏·용상 128㎏)이었다.
비록 대회 우승엔 실패했으나 만 17세인 전희수는 유소년(18세 미만) 신기록을 새로 썼다. IWF는 25일 "전희수가 레온에서 여자 76㎏급 합계 유소년 세계신기록(종전 기록 229㎏)을 세우며 2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다만 신기록인데, 새롭진 않다. 전희수는 이날 기록보다 1㎏이 많은 233㎏을 지난 6월 21일 국내대회에서 들었지만, 국제역도연맹(IWF)이 아직 이를 집계하지 않은 탓에 생긴 해프닝이다. 유소년 세계기록을 보유한 한국 역도 선수는 여자 81㎏급 이상급 박혜정과 76㎏급 전희수, 단 두 명뿐이다.
말 그대로 피를 속일 수 없는 활약이다. 전희수의 아버지는 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 전상균 전 조폐공사 감독이다. 전상균씨는 당시 런던 대회에서 합계 436㎏을 들었으나 4위에 그쳤다. 그런데 12년이 지나는 동안 3위였던 루슬란 알베고프(러시아)의 사후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이 나왔고, 그가 메달을 박탈당하면서 전씨가 새로운 동메달의 주인이 됐다. 전씨는 지난 8월 파리 올림픽 도중 초대돼 메달 수여식을 진행했다.
메달을 받은 뒤 취재진과 만난 전상균씨는 당시 딸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전희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딸이 (아빠의 수상에 대해) 별 감흥이 없는 것 같다. 예전부터 희수는 '아빠가 역도 선수 출신인 걸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은, 내 딸이지만 존경한다. 훌륭한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그리고 딸은 차곡차곡 아버지가 걸은 길을 걷고 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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