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생, 눈물의 사퇴 선언 "내 명예가 달린 일"…홍명보 감독은 사임 거부 (종합)

김현기 기자 2024. 9. 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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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홍명보 감독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진두지휘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국회 질의응답 중 한 사안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하자 결국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이사가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온 뒤였다.

다만 이 이사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진 않았다. 분명히 동의받았다고 항변한 뒤 울음을 터트리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이사를 비롯해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 등 대한축구협회 3대 핵심 인사들은 국회에서 홍명보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는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과 관련된 질문에 답변을 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현안 질의는 10시간 넘게 진행된 끝에 오후 8시가 넘어 끝났다.

회의 막바지 질의 도중 이 기술이사가 울먹이면서 사퇴하겠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은 이날 현안 질의 도중 이 이사와 전력강화위원 중 A씨 사이에 있었던 문자메시지 캡처 이미지를 자료로 제시했다. 오후에 이 자료를 꺼내 문제 제기를 한 민 의원은 저녁에 다시 한 번 이를 모니터에 띄우고 이 이사와 질의응답을 벌였다.

문제의 문자메시지 대화는 대한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다음 날인 7월 8일 밤 이뤄진 것이다.

이 대화에서 이 기술이사는 "XX기자에게 제가 최종 결정 하겠다고 전화드리고 동의받은 부분만 컨펌(확인)해 주면 됩니다"라고 전력강화위원 A씨에게 요청한다.

그러자 A씨는 "이사님 잠시만요. 언론을 이제 접해서 보고 있어서됴. 사태를 파악해보고 전화드려도 될까요. 전화가 엄청 많이 오고 있어서요"라고 답변한다.

이에 이 이사는 "다른 3분은 컨펌됐다"며 재자 답변을 촉구했고 이에 A 위원 6분 뒤 "저는 제외하고 진행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홍 감독과 면담하기 전 다섯 명의 전력강화위 위원들로부터 '최종 결정에 대한 위임'을 받았다는 이 기술이사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이사는 지난 7월 홍 감독 선임 브리핑을 통해 "정해성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사퇴 후 10차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사퇴한 위원 5명을 제외한 5명과 대화를 나눴다"라며 "감독은 전력강화위 추천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하며, 이사회에서 결정이 된다면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것도 법무팀을 통해 확인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라며 "홍 감독을 뵙고 결정을 한 뒤 현재 위원회분들을 다시 소집해 미팅을 해야하지만 다시 미팅을 하면 외부로 나가는 게 두려웠다. 개별적으로 5명에게 이야기했다. 최종 결정을 내가 해도 되냐고 물었고 동의를 받고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정해성 전 위원장이 홍명보, 거스 포예트, 다비드 바그너 3명의 최종 후보를 추린 뒤 갑작스럽게 물러나자, 그 대신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었다. 곧바로 유럽으로 가 7월 3일 스페인, 독일에서 외국인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고,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 같은 달 5일 홍 감독을 만났다.

이 이사는 홍 감독을 만나기 전 다섯 명의 전력강화위원들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설명해왔다. 그러나 민 의원이 제시한 메시지 캡처를 보면 A위원은 '최종 결정에 대한 위임'을 했음을 기자에게 확인해 주라는 이 이사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이사가 전력강화위원들로부터 제대로 위임받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A위원에 대한 회유 정황으로도 간주된다.

캡처 자료를 근거 삼아 민 의원은 "(문자를)왜 보내셨습니까? 회유는 왜 하신 거에요?"라고 질문했다. 또 A위원이 "홍명보 감독 내정 기사 발표 전까지 '외국인 후보 2명 중 한 명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홍명보에 대한 동의는 생각하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며 이 이사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민 의원은 아울러 이날 회의에 증인으로 참석한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에게도 홍 감독 선임을 예상했는지를 물었다. 박 전 위원이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말하자 민 위원은 "두 분 다 홍명보가 선임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자신이 각 위원들로부터 분명히 위임을 받았으며, A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는 '회유'가 아니라 자신에게 위임한 것을 기자에게 확인해주라는 뜻에 불과하다고 거듭해서 해명했다.

민 의원이 축구협회 행정 난맥상을 질타하며 정 회장과 이 이사 중 한 명은 책임질 것을 요청하자 이 이사는 울먹이며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를 했다.

계속된 질책에 이 이사는 울먹이면서 "죄송하지만 명예가 달린 거라 말씀하겠다. 제가 사퇴하겠다"라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또 "명예가 달린 일이라 꼭 말씀 드리고 싶다. 내가 결정하게끔 부탁을 드려서 5분에게 동의를 받았다. 박 위원과도 통화했다"라며 "박 위원은 아까 1분이라고 했지만 내가 2분 44초를 통화했다. 내가 사퇴하겠다. 하지만, 내가 통화를 안 하고 동의를 안 받은 것은 절대 동의 못 하겠다"고 했다.

민 의원은 정몽규 회장을 향해 "정말 허술하게 일하셨다. 임원들 다 갈아치우거나 회장님이 물러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정몽규 아웃' 이런 구호가 안 나올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 이사는 이후 전재수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부여한 발언 기회 때 "대표팀 선수들이 잔디 때문에 뛰기 힘들다더라. 한국 축구를 위해 좋은 잔디에서 경기력을 보여주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축구에 대한 충정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질의에 어긋나는 발언이기도 했다.

전재수 위원장은 "진짜 선수들을 도와줘야하는 건 거기 앉아 계신 분들이다. 축구협회를 이끄는 분들의 진심 어린 반성이 필요하다. 마지막 발언조차 회피성이라 실망스럽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동석한 홍 감독은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에 "이 문제를 가지고 감독직을 사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물론 나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언젠가는 경질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은 기간 우리 팀을 정말 강하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지휘봉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 선임 과정 막판 '행정 착오'가 있었음은 시인했으나 전반적인 절차가 정당하게 진행된 걸로 보인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을 볼 수 없는 입장이었는데 오늘 말씀하시는 걸 보면 10차 회의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회의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으나 11차 회의에서는 행정에 착오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임명장 등 행정적 절차가 없었다는 건 일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10차 회의까지는 정해성 (전) 위원장님을 비롯한 위원들의 어떤 발언이나 전력강화위의 역할이나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박문성 축구해설가가 홍 감독도 감독 선정 과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홍 감독은 "착오, 오차가 있었다는 얘기"라며 이를 부인했다.

사진=엠빅뉴스 캡처,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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