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 손질 나선 기아…대기업 성과연동제 확산 신호탄
일반직군 기본급 성과 연동제 도입
국내 기업, 호봉제 운용 비율 16년래 최저
정부 '노동개혁 1순위', 직무·성과급제 도입 확산
국내 대표 ‘중후장대’ 기업인 기아가 직무·성과급제 도입에 시동을 걸었다. 일반직 기본급 인상 기준에 인사고과를 연동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시를 통한 우수 인재 확보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25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기아 노사는 추석 연휴 전 찬반투표를 통과한 올해 임금 협상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앞선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기아 노조는 임금협약 가결, 단체협약 부결의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노조원들은 ‘일반직 성과연동제’를 포함한 임협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아 노조의 상위기관인 금속노조도 불승인 결론을 내리는 등 반대했으나 일단 한번 투표를 마친 합의안의 재조정은 어렵다는 게 노사 안팎의 중론이다.
◆연공식 임금체계 개편 나선 기아=기아의 성과급제 도입은 그동안 견고했던 전통산업의 ‘호봉제’ 장벽을 일부 허물어뜨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올해 임협에서 기아 노사는 일반직군 기본급 산정 기준에 인사고과를 포함하는 보상체계안 변경에 합의했다. 그동안 사원·대리급 일반직군은 호봉제를 바탕으로 동일한 기본급 인상은 물론 성과급, 각종 수당도 똑같이 받아왔다. 하지만 이젠 개인 성과에 따라 기본급 추가 인상분을 달리 설정하겠다는 얘기로, 넓은 의미의 ‘호봉제 완화’로 볼 수 있다.
기아는 생산·판매직의 경우 별도 수당을 통한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생산직군 중에서도 업무 난이도가 높은 조립(의장), 차체, 도장 등 직무에는 수당 인상률을 더 높였다. 앞서 현대차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연구·일반직의 호봉제 폐지를 논의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호봉제 테이블부터 없애겠다는 현대차와는 달리 기아는 호봉제는 그대로 두고 추가 기본급 개편부터 논의해 노조와의 합의점을 찾았다.
재계는 이번 기아의 성과연동제 도입을 전통 산업 임금체계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남성·생산직 중심 대기업 노조인 기아 노조가 직무·성과에 따른 보상 차등 지급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낡은 연공형 임금 체계를 손질하기 위한 첫발을 뗐다는 평가다.
◆ 직무·성과제 ‘갑론을박’ 이유는= 직무 및 성과급제는 최근 들어 조금씩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사측 입장에선 우수 인재 확보, 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직무와 개인 고과별로 성과의 차등 지급이 불가피하다. MZ세대도 개인별 공정한 성과 배분을 이직·채용을 선택하는 주요 요소로 꼽기 때문이다.
이는 객관적인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호봉제 운용비율은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제 운용 비율은 54.4%로, 2007년(50.5%) 이후 가장 낮았다. 2010년 76.2%까지 치솟았으나 꾸준히 낮아지면서 2018년 이후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전자·IT업계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확산되면서 호봉제 운용 기업이 줄어든 영향이다.
정부는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개편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노동개혁 전문가 논의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킨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을 도와줄 컨설팅 기관을 선정하고 현재 3개 업종에서 컨설팅받을 중소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박우성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성과 위주의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못했던 이유는 변화의 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에 대한 수용 ·적합도가 높은 기업부터 개편을 추진하면 노동시장 전반으로 임금 체계 개편이 확산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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