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윤 대통령의 위험한 언론관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9.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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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체코 원전 사업 참여를 두고 '덤핑이다' '적자 수주다'하며 근거 없는 낭설을 펴뜨리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들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는가"라고도 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체코 순방결과가 좋지않기를 기도하는양 비판하는 야당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언론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마치 야당과 언론이 의도적으로 윤 대통령의 체코 원전 수주 노력을 폄훼하는 것처럼 몰아붙였습니다.
정부 주장대로 한국이 24조원에 달하는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한다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이런 경제적 성과를 반기지 않을 국민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여러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앞장서서 과도한 기대를 부풀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해도 막판까지 공사 금액 등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어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게 관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앞으로의 과제와 문제점, 전망 등을 짚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입니다.
실제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의 낙관적 태도에 의문이 제기될 만합니다. 지난 19일 한-체코 정상회담 후열린 기자회견에서 파벨 체코 대통령은 "최종 계약서가 체결되기 전에는 확실한 건 없다"고 다소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의 법적 분쟁과 관련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나쁜 시나리오도 물론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양국 정상의 협력 의지를 확인한 셈이지만 애초 한국 정부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해석이 적지 않았습니다.
당시 파벨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이 원만히 해결될 거라는 윤 대통령의 말만 크게 보도됐습니다. 대통령이 낙관적 태도를 갖는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거나 소상히 설명한 언론은 없었습니다. 외신 등에서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법원에 제기한 항소심 결론이 당분간 나올 가능성이 없고, 두 회사가 합의에 이르기도 쉽지 않다는 보도가 나온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우려되는 '웨스팅하우스 지적재산권 분쟁'
이번 사태의 진행 방향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나온 원전 합의가 거론되지만 이를 주목하는 언론도 거의 없습니다. 당시 이례적으로 "각 국의 수출통제 규정과 지적재산권을 상호 존중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는데,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웨스팅하우스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적재산권 존중이라는 문구가 포함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의 원전 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 기대대로 웨스팅하우스 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체코 원전 수주 논란은 재작년의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윤 정부는 당시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과도하게 띄우다 참패해 국제적으로 큰 수모를 당했습니다. 언론도 정부 말만 믿고 희망섞인 보도로 일관하다 망신을 샀습니다. 당시 외신에선 한국의 유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도했지만 정부와 언론은 우물안 개구리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번 체코 원전 덤핑 수주 논란을 처음 제기한 곳도 국내가 아닌 체코 언론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반국가 세력' '반대한민국 세력'이란 말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이 발언이 야당과 비판언론을 지칭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언론관은 이미 '바이든-날리면 보도' 사태와 대통령 명예훼손 언론 수사, 방통위와 방심위의 언론 탄압 등에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국익을 정부 옹호와 동일시하는 윤 대통령의 언론관은 위험합니다. 진정한 국익은 언론의 권력 비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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