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입증 능력이 없다, 설득력이 없다, 자정 능력이 없다"

김희준 기자 2024. 9. 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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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는 입증 능력이 없다, 설득력이 없다, 자정 능력이 전무하다"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안 질의와 보충 질의에 이어진 추가 질의 과정에서 여러 문제에 대한 발언이 도돌이표처럼 계속되자 축구협회의 세 가지 문제점을 명료하게 짚었다.

이날 국회 현안 질의에서 축구협회는 상기한 세 가지 문제점을 모두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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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왼쪽),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입증 능력이 없다, 설득력이 없다, 자정 능력이 전무하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안 질의와 보충 질의에 이어진 추가 질의 과정에서 여러 문제에 대한 발언이 도돌이표처럼 계속되자 축구협회의 세 가지 문제점을 명료하게 짚었다. 이날 국회 현안 질의에서 축구협회는 상기한 세 가지 문제점을 모두 드러냈다.


24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현안 질의에는 축구협회에서는 정몽규 축구협회장, 홍명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등이 참여해 국회의원들과 질의를 주고받았다. 점심시간으로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정회한 뒤 오후 3시부터 문체위 보충 질의가 시작됐다. 오후 5시 45분부터는 추가 질의, 약 7시 30분부터는 재추가 질의를 통해 계속해서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점을 짚었다.


축구협회가 이번 문체위 현안 질의에 참석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의혹이다. 모든 외국인 후보가 거쳤던 서류 제출과 면접 과정을 홍 감독이 거치지 않았고, 홍 감독을 선임한 이 이사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강위원장 대행을 맡았다는 게 핵심이다. 홍 감독의 실제 지도력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그밖에 여러 문제가 축구협회에 남아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3선 문제와도 결부된 정 회장 4선 출마 여부, 오랫동안 현대가 관련 인물이 축구협회를 지배하며 불거진 사유화 논란, 각종 계약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이해관계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날 질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크게 위 네 가지 내용인데, 이를 대하는 축구협회의 태도는 말 그대로 무능에 가까웠다.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서형권 기자

▲ 입증 능력이 없다


축구협회는 문체위가 열리기 전부터 불성실한 자료 제출로 논란거리를 생산했다. 문체위에 소속된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는 창립기념일을 핑계 삼아 금요일까지 휴가를 즐기며, 24일 국회 문체위의 현안 질의 자료 요청에도 불응하고 있다"며 '조직적 은폐'라는 강한 단어까지 사용했다.


현안 질의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 여러 의원들도 축구협회의 자료 제출이 형편없었음을 인정했다. 가장 먼저 발언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축구협회 현안 질의를 준비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자료 요구를 했지만 보도된 바와 같이 공통 질의 129건 중 절반 이상이 개인 정보 보호 등으로 제출되지 않았다"며 "축구협회 관련해서는 홍명보 감독과 계약 기간, 연봉 등 기본적인 자료, 연봉 책정 기준이나 국내외 대표팀 연봉 외 계약기간, 후보군에게 제시한 연봉 등이 제출되지 않았다"며 빠른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자료 제출이 없었다는 건 이번 논란들에 대해 축구협회가 적절하게 입증할 만한 실물 증거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감독 선임 과정은 '11차 전강위 회의록'으로 대표되는 불분명한 자료들과 아 다르고 어 다른 각자의 해석으로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 과정에서 확실히 드러난 건 홍 감독이 자인했듯 10차 전강위 회의에서 11차 전강위 회의(임시 회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행정적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착오는 잘못이라는 의미를 내포해 때에 따라 '문제'보다도 심각한 사안이 된다.


감독 선임 평가표 등 명확한 자료의 부재는 계속 말이 돌고도는 부작용도 낳았다. 이를 테면 어떤 의원이 '왜 공동 1순위가 아니고 1순위라 말하고 있나'라고 홍 감독에게 물으면 '내가 1순위라서 뽑혔다고 들었다'는 답변만 들려오는 식이다. 이에 대해 현장 의원들은 물론 수많은 축구팬들이 의문을 표한 건 후술할 설득력 문제와도 결부돼있다.


축구협회 자료제출을 빗겨간 문제인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논란이나 현대산업개발의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 부당 개입 의혹에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물론 해당 주장을 한 의원들의 논리가 완벽히 맞아들어가지는 않았으며 어디까지나 의혹에 머무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 회장을 비롯한 누구도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고, 향후 명징한 자료 제출로 잘못된 정보임을 증명할 수 없다면 자신들의 무능을 또다시 보여주는 셈이다.


홍명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 설득력이 없다


이날 현안 질의에 나선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홍 감독은 "불공정한 절차로 선임되지 않았다"며, 정 회장은 "위법이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조차 단독으로 내가 임명한 게 아니다. 불법적 책임이 드러난다면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력을 높이는 3요소로 논리(로고스), 수용자의 감성(파토스), 화자(에토스)를 뽑은 바 있다. 가장 중요한 화자의 설득력은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 선임 이전에도 클린스만 감독 선임, 승부조작범 기습 사면 시도,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선수단 내분 방관 등으로 이미 신뢰를 잃었다. 최대한 감정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득을 시도해도 성공 확률이 매우 낮았지만, 축구협회는 '우리는 잘못이 없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수용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데도 실패했다. 일례로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가고 싶지 않았고 도망치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이 이사와 대화한 후 한국 축구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한국 축구에 마지막으로 봉사하고자 한다.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던 책임감과 사명감이 나왔다"고 말했다. 대표팀과 결부되는 애국심 내지 사명감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였으나 대표팀 사명감을 위해 소속팀 사명감을 버린 지도자가 시도하기에 적절치 않은 방법이었다.


논리라도 완벽했으면 일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 회장과 홍 감독, 이 이사와 정 전 위원장은 서로 다른 발언으로 스스로 논리를 파괴했다. 애초에 논거 없이 결론만 되풀이하는 시점에서 논리적인 요소는 포기했다고 볼 수 있으나 그러한 결론마저 서로의 입이 맞지 않으며 축구협회가 내세우는 주장이 완벽히 힘을 잃는 결과를 낳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형권 기자

▲ 자정 능력이 없다


정 회장은 홍 감독 선임 과정이 공정했다는 예시로 파울루 벤투 감독을 들었다. 1, 2, 3순위는 중요한 게 아니고 벤투 감독도 3순위였지만 다른 후보들과 협상이 결렬돼 최종적으로 대표팀에 선임했다는 요지다. 일단 정 회장이 1순위와 2순위로 든 에르베 르나르 감독과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벤투 감독과 전혀 다른 후보군이었다는 점은 차치하겠다.


벤투 감독과 클린스만 감독, 홍 감독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공정성이다. 단순히 후보군 내에서 순위를 나누는 게 공정성이 아니다. 벤투 감독은 전강위 내 세부 논의와 적법한 면접 절차를 거쳐 선임된 반면 클린스만 감독과 홍 감독은 이러한 논의, 면접 절차가 생략된 채 진행됐다.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순위 싸움으로 대체하려는 건 논점 흐리기로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축구협회의 자정 능력이 없다는 건 홍 감독의 사임 거부 선언으로 명백히 알 수 있다. 홍 감독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감독직을 사임할 생각은 없다. 성적이 좋지 않다면 경질될 거다. 하지만 남은 기간 대표팀을 강하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감독 선임 과정 자체가 불공정한 게 아닌 일종의 행정적 착오 때문에 이번 현안 질의까지 왔다는 인식인데, 박주호 전 전강위원이나 박문성 해설위원이 지적했듯 일반 여론과 한참 괴리감이 있는 문제의식이다.


정 회장은 아예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강 의원이 여기에 온 이유를 묻자 "감독 선임 관련 여러 물의가 있어서 문제점을 파악하려고 현안 질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답했으며, 유체이탈 화법에 대해 꾸짖자 "여기서 증인을 채택해서 왔다"고 말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결백을 주장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안 질의에 대한 의미를 희석시키는 태도는 정치적으로도 이득이 없었다.


이러한 태도로는 축구협회가 쇄신할 수 없다는 건 증인 자격으로 참석한 박 해설위원이 잘 정리했다. "승부조작 사면도 A매치 직전에 '꼼수 사면'을 하려 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선임을 전강위에 통보하고 30분 후에 발표했다.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도 황선홍 감독을 굳이 대표팀에 겸임시켜서 나온 일이다. 일련의 과정이 홍 감독 문제까지 이어진 거다. 불공정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정 회장 체제에서 반복되는 일이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서형권 기자

축구협회가 입증 능력도, 설득력도, 자정 능력도 없음은 이날 사의를 표명한 이 이사가 전재수 문체위원장에게 얻은 마지막 발언 기회와 이에 따른 전 위원장의 답으로 갈음할 수 있다.


"한국 대표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제일 힘든 게 잔디 때문에 뛰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의원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서 선수들에게 좋은 잔디에서 좋은 경기력 보여줄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한다."


"내가 듣기에는 진짜 도와주셔야 할 분들은 거기 계신 분들인 것 같다. 생방송을 보고 있는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그런 요구를 하기 전에 정몽규 회장님을 비롯해서 축구협회를 현재 책임지고 이끌고 있는 분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발언 기회를 줬음에도 오히려 책임을 이상한 데로 돌리고 회피하는 듯한 발언이 실망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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