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체제는 끝나는 게 맞다”… 박문성 화끈한 일침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이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일침으로 축구 팬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그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과 나란히 자리한 상황에 “국민 눈치를 보지 않는다” “정몽규 체제는 끝나는 게 맞다” 등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박 위원은 24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발언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대한축구협회의 행정과 운영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특히 이목을 모은 건 ‘눈치론’이었다. 박 위원은 “제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던 건 ‘왜 눈치를 보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며 “(정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눈치를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첫 번째는 정 회장과 홍 감독은 저희랑 살아온 궤적이 좀 다르다는 거다. (정 회장은) 대기업 가문의 자제로 태어나셨고 (홍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엘리트로 자라 왔다”면서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우리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그렇다면) 왜 눈치를 보지 않는가’ 했을 때 밖에 있는 사람들이 축구협회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축구협회 내) 인사권에 우리(일반인)는 전혀 개입할 수 없다. 아무리 국민들이, 팬들이 경기장에서 ‘정몽규 아웃, 홍명보 아웃’을 외쳐도 협회 입장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서 축구협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선거인단에 들어갈 수가 없다. 이른바 ‘체육관 선거’를 하는 거다. 자기편 사람들만 체육관에 모아 놓고 투표를 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팬들과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라고 협회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정치권이 축구협회 인사권에 자꾸 개입할 경우 ‘FIFA가 월드컵에 못 나오게 한다’고 겁박을 준다”며 “팬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 대체 어디 눈치를 보겠다는 건가. (축구협회라는) 이 닫힌 조직을 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박 위원의 발언이 나온 이후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일침”이라거나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발언”이라는 등의 호응이 이어졌다. 축구계에서 일하면서도 축구협회와 정 회장을 향해 당당히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두고 ‘박문성 열사’라는 반응마저 나왔다.
박 위원 발언에 대해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많은 국민이 공감하시는 부분이 상당히 있을 것 같다”며 정 회장의 생각을 대신 묻기도 했다. 그러자 정 회장은 난데없이 구독자 66만명의 유튜브 채널(달수네라이브)을 운영 중인 박 위원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축구 팬들의 여론이 악화했다는 취지의 동문서답을 했다.
정 회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해 여러분들이 내가 (그를) 잘 알아서 (감독으로) 정했다고 알고 계신다. (나는 그와) 두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데 왜 그렇게 정보가 잘못 유통됐을까”라면서 “여기 계신 박문성 해설위원께서는 유튜브 팔로어가 60만명으로 많다. 신문이나 방송보다도 영향력이 큰데 잘못된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위원장은 “내가 원하는 대답과 회장님 답변 사이에 자꾸 미스매치가 심하게 난다”면서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는 현대가의 역사고, 미래도 현대가에 달려 있다. 우리가 주역이고,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는 특권 의식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재차 질문했다. 정 회장은 “전혀 아니다. 축구 발전만 생각 중이다. 능력이, 지식이 모자라서 잘못할 수는 있다”고 답했다.
박 위원은 이날 정 회장의 면전에서 그의 퇴장을 촉구하는 작심 발언도 내놨다. 박 위원은 “오늘 들으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정몽규 회장 체제가 끝나는 게 맞구나’ 하는 것이었다”며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다. 공감 능력도 없다. 풀어나갈 능력도 없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축구협회의 무능력, 무원칙, 불공정은 하나의 어떤 사건이 아니라 지금 정몽규 회장 체제가 이어지는 한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날 현안 질의를 통해) 팬들도, 국민들도 ‘이제는 (정 회장 체제가) 끝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재확인하셨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홍 감독은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에 막판 ‘행정 착오’가 있었음을 시인하면서도 “이 문제를 가지고 감독직을 사임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자신의 4선 도전 여부에 대해 “내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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