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임종석 ‘두 국가론’ 질타 속 다른 목적…“정국 주도권 계산”

임현범 2024. 9.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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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하루아침에 입장 180도 바꿔…반헌법적 발상”
김상훈 “두 국가론 저의 뻔해”…서범수 “30년 동안 외친 통일 버려”
김민석 “DJ 설득했을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
황태순 “수세에 몰리던 與 호재…임종석 野 다 된 밥 엎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쿠키뉴스 자료사

정부·여당과 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두 국가론’에 한목소리로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양측의 속내는 다르다. 각종 논란으로 수세에 몰리던 정부·여당은 ‘반헌법·종북’ 문제를 꺼내 야권을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이념 문제 사전 차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갑자기 통일이란 말을 얘기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자신들의 통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통일·반민족 세력이라더니 하루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을 누가 납득하냐.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임 전 비서실장이 가치와 지향을 남기고 통일을 봉인한 채 두 국가 체제로 살면서 협력하자는 게 뭐 그렇게 어렵냐고 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자마자 이런 얘기를 하는 저의는 뻔하다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임 전 비서실장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을 하면서 임수경 방북 사건을 주도했다. 평생 북한과 통일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진보인사”라며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적대적인 두 국가론을 주장하니 30년 동안 외치던 통일을 저버리고 두 개의 국가를 말한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에서도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두 국가론’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평화적 장기공존 후에 통일문제는 후대에 맡긴다는 역사적 공감대를 도발적으로 바꾸고 두 국가론으로 건너뛸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 양쪽에 흩어진 혈육과 인연들을 영영 외국인의 관계로 만들자는 설익은 발상을 툭 던질 권리는 남북 누구에게도 없다”고 부연했다.

지난 9일 경기도 김포시 공장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북한 오물 풍선 타이머 추정 물체. 연합뉴스

임종석 ‘두 국가론’과 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앞서 임 전 비서실장은 지난 19일 개최된 ‘9·19 공동선언 6돌 기념식’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 현실에서 남북 일 논의를 지속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8기 9차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규정했다.

‘두 국가론’이 정치권의 거센 비판을 받게 된 것은 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와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조에서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 점유한 반국가단체이자 불법단체로 해석된다.

또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도 비판을 키웠다. 북한은 18회에 걸쳐 각종 미사일 도발을 했고 21회에 걸쳐 5410개의 오물풍선을 날렸다. 오물풍선으로 차량과 주택이 파손되고 화재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피해를 발생시켰다.

전문가는 임 전 비서실장의 두 국가론 발언이 정부·여당에게 반격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공세의 고삐를 쥔 민주당 입장에서 임 전 비서실장의 발언은 공세를 약하게 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악재라고 설명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임 전 비서실장이 발언한 ‘두 국가론’은 김 위원장이 발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편승하는 발언”이라며 “의료대란과 김건희 여사 문제로 수세에 몰리던 정부·여당은 호재를 만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정부·여당을 압박하던 민주당으로서는 다 된 밥에 밥상을 엎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며 “수석최고위원이 빠르게 나서 이념 논쟁에 선을 그은 것도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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