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제 해결 플랫폼 울산포럼] 해외 각국서도 고령화·지역문제 해법 찾기 안간힘…울산은 AI 중심도시로 전환해 제2의 도약 모색해야
해외 성공 사례와 ‘울산포럼’ 주요 내용
일본, 기업인 파견 제도와 스마트시티 전환
스웨덴, 벤처기업 활성화로 도시 재생 성공
3회 맞은 포럼에서 넥스트 제조업의 미래와
새로운 지역·문화, 환경 하모니에 대해 토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외 각지에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해 위기 해소에 나서고 있다. 먼저 해외 사례를 보면, 한국보다 10~20년 일찍 고령화와 지역소멸 문제를 접한 일본의 경우 지역 활성 기업인 파견 제도를 운용해 오고 있다. 대기업이 자사의 우수한 인력을 소멸 위기 지역에 파견하는 사업으로, 파견 인력은 고향 등 파견지에서 관광 상품 및 특산품 개발, 판로 개척 지원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거나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한다. 직원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본사로 복귀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연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지방소멸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 중소도시를 스마트시티로 전환하려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카시와노하 스마트시티가 있다. 카시와노하는 미츠이 부동산이 수도권 외곽의 치바현 가시와 시에 조성한 스마트시티다. 환경과 건강, 신산업 육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시도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식재료 생산, 주민 건강관리까지 지방 내에서 자급자족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태양광발전 시설과 풍력발전 설비를 보유해 직접 생산한 에너지를 발전에 활용할 수 있고, 도시 내 모든 곳의 에너지 이용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갖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공유 오피스 ‘KOIL’을 통해 다양한 인재들이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스웨덴 ‘해운 탄소중립’ 산업 통해 조선업 다시 살아나
현재 스웨덴에선 조선업이 되살아나고 있다. 선박 수주가 아닌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운 탄소중립’ 관련 산업을 다수 육성하면서다. 스웨덴의 예태보리대학과 아이테크사(社)는 선박 페인트에 섞어 따개비가 들러붙지 않도록 하는 방오 소재인 셀렉토프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현재 2500대 이상의 선박에서 사용 중이다. 또 스웨덴은 풍력 기반의 날개형 돛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육성하고 있다. 스웨덴국립연구원(RISE)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돛단배를 개발했으며, 스웨덴 왈레니우스 해운은 이를 탑재한 선박 ‘오션버드’를 건조해 기존 선박 대비 최대 90%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스웨덴 제3의 도시인 말뫼는 벤처기업 활성화로 지역 재생을 이뤄냈다. 말뫼는 지난 2003년 스웨덴의 조선 산업을 상징하던 대형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넘기며 ‘말뫼의 눈물’이라는 오명을 쓴 바 있다. 이후 주력 산업이던 조선업의 몰락과 함께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어 한때 죽음의 도시라 불렸지만, 벤처기업 활성화를 통한 업종 전환으로 도시 재생과 일자리 창출에 성공했다.
벤처기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 재생은 스웨덴을 비롯한 해외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2017년부터 로컬벤처랩을 설립해 지역 벤처기업을 지원하며 떠나간 청년들을 지방으로 돌아오게 하고 있다. 작은 지방에 회사를 세워 청년을 모으고 정착하게 하는 ‘둥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후쿠시마현의 경우 이나와시로 호수의 수생식물 마름 열매로 차(茶)를 만드는 회사 ㈜이나비스가 청년들의 새 둥지 역할을 했다. 청년들이 호수의 악취를 유발하는 마름 열매를 수거해 차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사업화하면서 후쿠시마현에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환경 문제도 해결했다. 2021년부터는 대기업도 로컬벤처 지원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지자체와 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협력해 지역 연구개발(R&D) 활성화를 통한 지역 산업 발전 및 지역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제정된 ‘반도체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지역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 허브를 지정해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마트전문화연구혁신전략(RIS3)’을 수립해 지역 연구개발 생태계를 강화하고, 지식 기반 자본의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유럽 각 지역의 침체한 경제를 극복하고 지역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분야별로 분절되고 단기적인 일회성 정책으로는 생태계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통합·거시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
국내 기업들도 지역소멸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SK E&S는 2019년부터 ‘로컬라이즈(Local:Rise) 군산’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지역 재생을 지원해 오고 있다. 청년층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군산에서 청년·창업·정착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26개 창업팀을 발굴했다. 공유 오피스, 거주 지원, 코치 등 다양한 분야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 창업팀을 지원 중이다. 청년이 중심이 돼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팔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도시에 청년들이 몰려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들 창업팀은 군산에 둥지를 틀고 245개 신규제품을 개발해 SK스토어에 입점하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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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포럼, 지역문제 해결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국내 지자체 중 기업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는 지자체로는 울산시가 있다. 울산시는 자동차·조선·화학 산업을 모두 가진 도시로, 1970년대 산업화로 인구가 늘어나 1997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서며 광역시로 승격됐다. 하지만 2015년 117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시작됐다. 울산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학업과 취업 등을 이유로 대거 빠져나가며 결혼 적령기 인구가 줄어들면서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울산시는 지자체와 기업, 대학 등 지역 혁신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나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제안을 받아 ‘울산포럼’을 열며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울산포럼은 현재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을 대표하는 사회문제 해결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이었던 2022년 첫선을 보인 ‘2022 울산포럼’은 ‘ESG, 울산의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지역사회의 사회적 가치와 그린 성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심화, 일자리 감소, 사회안전망 부족 등에 대한 해결책 및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울산 제조업의 그린 전환 방향성 등을 모색했다.
지난해 ‘2023 울산포럼’에서는 ‘ESG, 함께 만드는 울산의 미래’를 주제로 청년 행복 및 산업 수도의 변화와 동반성장 ESG 넥스트 전략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제조업 재도약을 위해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다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비롯해 주요 수출국에서 강화되고 있는 ESG 공급망 규제에 대응하고 동반성장을 하기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 방안을 강구했다.
오늘(25일) 3회째를 맞은 ‘2024 울산포럼’은 ‘Pivoting 울산, 기술과 문화로 만들다’ 주제로 스마트제조와 넥스트 제조업의 미래, 새로운 지역·문화와 환경의 하모니에 대해 토론한다. AI와 디지털전환(DX)을 울산 제조업에 적용해 AI 중심으로 도시를 탈바꿈하고 소프트웨어 사업도 함께 영위하는 도시로 만들어 청년층을 유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산업 도시 울산에 문화와 환경 콘텐츠를 더해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논한다.
이준혁 중앙일보M&P 기자 lee.junhyu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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