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 목사의 우보천리] 교회의 공교회성, 복음의 공공성을 말한다

2024. 9.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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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는 140년 남짓 되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매우 소중한 전통 몇 가지를 갖고 있다.

교회가 인간 개인의 내면세계와 영적 영역의 치유와 회복에 국한되지 않고, 그 시대가 가진 보편적 문제를 끌어안고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성격을 갖는다는 말이다.

공교회성의 전통으로 한국교회는 구한말 민족 개화에 앞장서고, 일본 강점기에는 3·1만세운동 등 민족 독립운동에 헌신적으로 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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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는 140년 남짓 되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매우 소중한 전통 몇 가지를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교회가 그 시대와 역사의 아픔에 깊이 파고들어 백성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것이다. 교회가 세상과의 소통에 성공한 것이다.

1895년 서울 장안에 콜레라가 창궐했다. 감염병에 대한 과학적 방비가 전혀 없었던 조선 정부는 어쩔 줄 몰라 헤맸다. 이때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를 비롯한 서양 선교사들이 콜레라 퇴치에 전적으로 헌신했고, 이에 그가 시무한 새문안교회 교인들이 적극 나서서 힘을 모으게 된다. 결국 콜레라가 예상보다 수월하게 잡히자 이들의 눈물 어린 헌신에 고마움을 느낀 고종황제는 새문안교회에 적지 않은 하사금을 보냈다. 바로 이 돈으로 새문안교회는 첫 번째 예배당을 짓는다. 특정 교회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한국기독교가 얼마나 시대의 고통과 눈물에 깊은 관심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에 소개하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교회의 공(公)교회성 내지 복음의 공공성(公共性)이라고 한다. 교회가 인간 개인의 내면세계와 영적 영역의 치유와 회복에 국한되지 않고, 그 시대가 가진 보편적 문제를 끌어안고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성격을 갖는다는 말이다. 공교회성의 전통으로 한국교회는 구한말 민족 개화에 앞장서고, 일본 강점기에는 3·1만세운동 등 민족 독립운동에 헌신적으로 가담한다. 해방 후에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흐름에 적극 참여하고 견인해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를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로 이끄는 데 이바지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한국교회 안에서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가끔 이런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교회가 세상 눈치를 왜 봐? 세상은 세상이 가는 악한 길이 있고, 교회는 교회 자신의 길을 가는 거야!” 대단히 굴기차고 의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틀렸다. 선교적으로나 성경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 말대로 따라가면 교회는 시간이 가면서 공교회성을 상실하고, 세상에서 스스로 분리해 마침내 고립돼 간다. 선교의 문은 곧 닫혀 버린다. 물론 교회는 세상의 눈치를 보면 안 된다. 반대로 세상이 죄와 악으로 가득하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업신여기거나 경멸해서도 안 된다. 하나님이 세상 속에서 일하시기 때문이다. 세상 속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선교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예수님은 이런 교회의 공교회성을 ‘소금과 빛’이라는 알레고리(은유적)로 말씀하셨다. 우리는 흔히 이 대목을 교회가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단순히 해독하지만 사실은 그 이상이다. 이 말씀은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소금과 빛이라는 말을 들어야 마땅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말씀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

세상이 자신들과 다른 교회의 탁월한 도덕성과 높은 이상을 보고 자신들을 부끄럽게 여기며 “역시 교회는 다르네. 정말 순전하고 희생적이야. 정말 세상의 소금이고 빛이야”라고 말하게 하라는 뜻이다. 이때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신다. 교회가 사회의 공적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공평하며, 정직하며, 높은 도덕성으로 무장하고 사회의 양심을 깨우는 빛이 되라는 말씀이다.

하지만 근자에 한국교회에서는 복음의 공공성을 부정하고, 복음과 교회를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이고, 개교회적인 영역으로 치부하면서 결국 교회 스스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인 교회의 공교회성을 다시 회복하는 은총이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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