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융단폭격에 레바논 2400여명 사상… 주민들 패닉

조성은,김철오 2024. 9. 2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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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전쟁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
NYT “헤즈볼라 전의 꺾으려는 도박”
각국, 확전 우려하며 이스라엘 규탄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 시돈에서 수도 베이루트로 연결된 고속도로가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북쪽으로 대피하는 차량들로 가득 차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거점에 대한 융단 폭격에 나서 2400여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23일(현지시간) 무장정파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 일대를 공습해 2400여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냈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을 폭격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것은 18년 만의 일이다. 이스라엘이 고강도 융단 폭격에 이어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확전 억제에 나섰다.

레바논 보건부는 전날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최소 558명이 사망하고 18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24일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여성 94명과 어린이 50명이 포함됐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와 동부의 헤즈볼라 거점을 폭격해 주거 지역에 은폐돼 있던 미사일과 로켓 발사대, 무인기, 무기고 등 목표물 1600여개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의 작전명을 ‘북쪽의 화살(Nothern Arrows)’로 명명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로 수천 명 단위의 사상자가 나온 것은 2006년 양측이 34일간 교전했던 2차 레바논 전쟁 이후 처음이다. 레바논 정부 관계자는 “1975년부터 15년간 이어진 레바논 내전 이후 분쟁으로 인한 하루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날”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튿날에도 양측의 교전이 이어졌다. 헤즈볼라는 24일 새벽 이스라엘 북부의 공군 비행장과 군기지에 수십 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 재차 공습을 가해 목표물 10여개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전역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한 23일(현지시간) 수도 베이루트에서 한 남성이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대피소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이 집중된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에선 주민 수만명이 북쪽으로 피란을 떠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수도 베이루트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늦은 밤까지 차량 행렬이 이어졌고, 아직 피란길에 나서지 않은 남부 지역 시민들은 이스라엘군으로부터 ‘빨리 떠나라’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은 이 메시지가 무작위로 발신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확전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지상군 투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육군이 준비돼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겠다. 육군은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치를 여력이 있을지에 대해선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리들은 헤즈볼라의 전의를 꺾으려는 의도로 무선호출기(삐삐) 폭파 공격과 대규모 폭격 등 일련의 고강도 조치를 기획했다. 헤즈볼라를 전선에서 이탈시켜 레바논 접경 지역을 안정시킬 목적의 도박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헤즈볼라가 군사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항전 의지를 이어간다면 이스라엘로서는 지상군 투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각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집결한 유엔총회는 이스라엘 성토장이 됐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이 전쟁을 광범위하게 벌이며 이란을 몰아넣기 위한 덫을 놨다. 모두를 전쟁으로 끌어들여 역내 불안정을 유발하는 것은 이스라엘”이라고 비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하는 모습.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모두를 전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AFP연합뉴스


그는 1년 가까이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이스라엘이 학교·병원·주택을 공격해 집단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다만 “우리는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도 그렇게 한다면 우리도 모든 무기를 내려놓을 의사가 있다”면서 즉각적인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중동 내 친서방 국가인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침략을 억제하고 중동 지역을 재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장 노엘 외무장관은 이날 총회에서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며 “민간인 피해를 불러올 대혼란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우려를 표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격렬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수천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구테흐스 총장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유엔 인력을 포함한 민간인 안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인명 손실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조성은 김철오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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