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호위무사로 전락…김민석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계엄령 이어 윤석열 정부의 ‘이재명 테러 유혹’ 주장
입만 열면 망상·괴담, 범죄에 가까운 혹세무민일 뿐
계엄 준비설을 제기하던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이 어제는 ‘이재명 테러설’을 추가하고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계엄이나 테러 같은 비정상적 방법이 아니면 국민들은 거의 99%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권력이 바뀌면 감옥에 가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할 김건희 여사 등 권력 핵심이 피의자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런(계엄이나 테러) 유혹을 받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본다. 그런 것을 경계하는 게 제1 야당의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름조차 유치한 ‘서울의 봄’ 팀이란 걸 만들어 ‘서울의 봄 4법’을 발의하더니, 이제는 현 정부 세력이 이재명 대표 테러 유혹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입만 열면 이런 망상과 괴담뿐이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최고위원은 김부겸 전 총리 등 민주당 일각에서 계엄설의 근거 부족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당의 핵심 지도부가 아니라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의 정보력을 무시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계엄 준비설의 ‘구체적 근거’는 김용현(현 국방부 장관) 경호처장과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이 회동했고, 군 내에 윤석열 대통령 출신교인 ‘충암고’ 사조직이 있다는 주장뿐이다. 국방부 장관이 허가한 경호 관련 인사들이 모인 자리를 계엄령으로 바로 연결하는 것이나, 400명의 장군 중 4명 정도인 충암고 출신을 사조직으로 엮는 발상을 과연 누가 상식적이라 하겠는가. 군인이건, 일반 국민이건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와 인증샷이 가능한 2024년의 이 같은 황당무계 주장에 누가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국민과 우리 국군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모욕적 발언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정치인 김민석은 한때 운동권 출신의 기대주였다. 28세이던 1992년 여당 거물 나웅배 후보에게 불과 260표 차로 석패하며 두각을 나타낸 이후 민주당의 첫 총재 비서실장을 맡는 등 DJ(김대중)의 황태자로까지 불렸었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운동권 출신이란 평가도 받았었다. 이후 18년의 정치 공백이 있었다고 하지만 계엄령이나 집권세력에 의한 야당 대표 테러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그의 현재 이성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에 가까운 혹세무민이다. 사법 리스크에 처한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자신의 차후 정치적 입지를 꾀해 호위무사로 전락해 가는 듯한 김민석의 모습이 영 안쓰럽기만 하다.
이런 음모론을 방치하는 민주당의 문화 또한 비정상적이다. 정상적이라면, 예전의 민주당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앞장서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가 개딸들로부터 ‘수박’ 소리라도 들을까 봐 모두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말할 것과 침묵할 것이 뒤바뀐 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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