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근의 글로벌 포커스] 전쟁 좌우하는 자폭드론 급속 진화, ‘드론 대항체계’ 구축해야
3년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하 분쟁)에서 드론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쟁과 분쟁 초기에 드론은 전장을 감시·정찰하거나 포병 화력을 유도하는 용도로 주로 운용됐다. 최근엔 정찰과 동시에 정밀타격이 가능한 ‘자폭드론’으로 급속 진화했다. 말하자면 드론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면서 전장의 ‘게임 체인저’를 넘어 ‘오버매치(Over Match)’, 즉 ‘압도적 전력 우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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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가자 등서 맹활약
전쟁판도 바꿀 정도로 위력적
북한도 드론 역량 구축에 총력
주요 도시·시설 방어체계 시급
」
우크라이나군은 저고도 고속 기동이 가능한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자폭드론’을 운용해 러시아군의 전차와 장갑차 등을 정밀타격하고 있다. FPV 드론은 기체에 실린 카메라를 이용해 사람이 실제 기체에 탄 것처럼 조종할 수 있는 드론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 자폭드론을 이용해 비행 중이던 러시아군 공격헬기(MI-8)와 무인기(Lancet)를 요격했다. 최대 2000㎞까지 비행할 수 있는 로켓드론(Palianytsia)을 운용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연일 타격했다. 지난 18일에는 우크라이나 자폭드론이 러시아 미사일 저장고를 공격해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러시아도 FPV 자폭드론을 대량생산해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쿠르스크 돌출부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이란의 장거리 자폭드론(Shahed-136) 기술을 이전받아 축구장 14개 크기의 생산공장을 갖췄다. 러시아는 Shahed-136로 군집 공격 또는 파상 공세를 가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국가중요시설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 드론, 하마스 전투원 정밀 타격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동축반전(Coaxial-Rotor)형 자폭드론인 ‘스파이크 파이어 플라이(Spike FireFly)’를 운용하고 있다. 저고도에서 장기 체공하며 정찰용으로 운용되는 이 드론은 하마스 전투원들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이동하거나 건물 내부 소재를 식별하면 직하강하면서 정밀타격한다. 특히 이 드론은 건물들이 빽빽한 도시지역에서 식별된 다수의 표적을 군집 형태로 달려들어 동시에 정밀타격한다. 전투 효과 극대화가 가능하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즐비한 건물을 은폐 또는 엄폐물로 삼아 상용 드론을 저고도로 차폐기동하면서 목표에 폭발물을 투하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터널을 이용해 이스라엘군의 측방 또는 후방으로 기동해 소형 자폭드론으로 전차·장갑차 등을 정밀타격하고 있다.
러·우 전쟁과 이·하 분쟁의 교차 지점에 이란이 있다. 이란은 지난 4월 서로 다른 네 방향에서 장거리 자폭드론(Shahed-136),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300여 발을 섞어 동시에 이스라엘을 겨냥해 발사했다. 이란의 이런 공격은 사전에 탐지돼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가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시 국제사회는 이란의 물량 공세가 제대로 탐지되지 않았더라면 이스라엘의 국지적인 방공 능력이 일시적으로 무력화될 수 있고, 이스라엘 주요 도시가 막대한 피해를 봤을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 드론, 서울 하늘 유유히 뚫어
지금 러·우 전쟁과 이·하 분쟁에서 진행 중인 드론의 위협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러시아·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 가치사슬을 공유한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자원 집중이 가능한 독재체제를 최대한 활용해 드론 전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 인도와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북한산 유탄 투하 드론이 발견됐다. 그해 12월에는 북한 무인기 네 대가 김포반도로 기만비행을 하는 동안 한 대는 한강을 따라 서울 중심부로 진입했다. 서울 하늘을 유유히 비행한 뒤 북으로 돌아갔다.
2023년 8월 북한은 무인기 ‘샛별 4형’과 ‘샛별 9형’의 비행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은 각각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와 공격형 무인기 ‘MQ-9 리퍼’와 외형이 비슷했다. 지난해 9월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은 러시아로부터 FPV 자폭드론과 소형 자폭드론을 선물로 받았다.
올해 들어 북한의 드론 역량은 실제화되고 있다. 지난 4월 김정은은 드론의 전방 배치를 10월까지 마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5월부터 다량의 오물 풍선을 20여 차례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GPS 교란과 기폭장치 장착으로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8월 말에는 이스라엘의 Harop과 Hero 계열과 형상이 유사한 자폭드론 2종을 공개했고, 우리 군의 K-2전차 모형을 정밀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의 동향은 앞서 언급한 러·우 전쟁과 이·하 분쟁에서 나타난 드론의 무기체계와 전술적 운용이 빼닮았다. 실제로 북한은 단거리 폭탄투하용 드론은 물론 장거리 자폭드론까지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앞서 언급한 2종의 자폭드론과 다양한 장사정포,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섞어 물량 공세를 전개해 한국군의 방공망을 일시에 마비 또는 무력화할 수도 있다.
심각한 북한 드론 위협 국민이 알아야
이처럼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드론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해법은 현재진행형의 전쟁과 분쟁에서 찾을 수 있다. 각각 러시아와 하마스의 드론 위협을 상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배워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처럼 주요 도시와 국가중요시설을 중심으로 대(對)드론(Counter-Drone)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만 대드론 체계 구축은 막대한 자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정확한 정책 수립과 인력·예산 확보는 기본이다.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법령 개정이나 제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급진적 상황 변화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야기하는 심각한 드론 위협 등을 국민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일각에서는 국민 불안감을 증폭한다고 지적하겠지만, 국가 안보는 국민이 죽고 사는 중대한 문제다. 사전에 예측하고 최악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미·중 패권 경쟁에 남북한 전략적 경쟁이 한창인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면 국가적 차원의 대드론 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거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정책결정자들이 알아야 한다.
조상근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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