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파리올림픽 이후의 파리

2024. 9. 2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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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인 파리올림픽이 이달 초 끝났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났으니 특이한 점들이 많았던 파리올림픽의 이후 상황을 돌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대형 올림픽 콤플렉스가 없고, 대신 경기장이 파리를 대표하는 명소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처럼 기존 시설과 임시시설을 활용하다 보니 파리올림픽은 후속 세대에게 이상적인 올림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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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계인의 축제인 파리올림픽이 이달 초 끝났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났으니 특이한 점들이 많았던 파리올림픽의 이후 상황을 돌아보려고 한다. 센강에서 개막식과 철인3종 경기가 행해진 것도 파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대형 올림픽 콤플렉스가 없고, 대신 경기장이 파리를 대표하는 명소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프랑스가 이번에 새로 지은 시설은 아쿠아티크 수영장과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 올림픽 숙소 3개뿐이다. 나머지는 기존 스포츠 시설을 활용했다고 한다. 게다가 수영장과 클라이밍 시설은 지역 주민의 문화체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숙소는 아파트와 기숙사로 변신한다니 행사 후 낭비되는 시설이 없는 셈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임시시설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대표팀이 5개의 금메달을 땄던 양궁 경기는 앵발리드 광장에서 펼쳐졌다. ‘앵발리드(Invalide)’는 1687년 루이 14세 때 부상병을 위한 군병원으로 지어진 곳인데, 현재 군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앵발리드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안치된 것으로 유명하다. 앵발리드는 참전군인을 기리는 성지의 성격도 있어 지금도 퍼레이드, 임관식 같은 주요 군사 행사가 여기서 열린다. 필자가 프랑스에 체류할 때 아프리카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군인이 사망한 일이 발생했는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앵발리드에서 관을 맞이하고 사망 군인을 위한 추모식을 거행했다. 양궁 경기 종료 후 앵발리드는 원래의 유서 깊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루이 14세가 살았던 베르사유 궁전 정원의 중앙에 설치된 경기장에서 펼쳐진 승마 경기는 주최국의 문화를 뽐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것도 임시시설이었기에 베르사유 궁전은 올림픽 후 본래의 풍모를 되찾았다. 그 외에 에펠탑 앞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스타드 투르 에펠)도 프랑스인들이 에펠탑을 보며 축제를 즐기는 장소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처럼 기존 시설과 임시시설을 활용하다 보니 파리올림픽은 후속 세대에게 이상적인 올림픽이 됐다. S&P 글로벌리포트에 따르면 파리올림픽은 인플레이션 시대임에도 97억 달러를 사용했는데, 이는 최근 20년간 하계올림픽 중 최저 비용이라고 한다(아테네올림픽 160억 달러, 베이징올림픽 450억 달러, 런던올림픽 180억 달러, 리우올림픽 200억 달러, 도쿄올림픽 327억 달러).

예전 올림픽과 비교해 보자. 통상 개최국은 외곽에 거대한 올림픽 컴플렉스를 건설하면서 여기에 성대한 주경기장과 최신 경기장들을 짓는다. 그리고 이곳에 접근하기 위한 공항, 도로, 지하철 같은 인프라를 건설한다. 대신 공짜는 없는 법. 막대한 인프라 건설, 대회 운영, 사후 유지비용은 개최국의 부담으로 남는다. 올림픽 개최국이 기대하는 만큼 수입을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다 보니 올림픽 주최 국가와 도시가 막대한 빚에 허덕인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파리의 예를 따라 2028년 LA올림픽도 신규 건설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유치 결정 시 기존 시설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를 평가 가이드라인 항목으로 추가했다. 외국에서는 앞으로 올림픽은 시설이 완비된 종전 개최 도시에서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국제행사 개최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도 언젠가 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때가 올 것이다. 1988년에는 개발도상국에서 개최됐지만, 다음 서울올림픽은 선진국에 진입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와 시설을 갖춘 상황에서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유치 시 대규모 시설 건설을 내세우는 대신 기존의 것을 잘 활용해 보면 어떨까. 경복궁에서 양궁 경기를 하는 상상도 해본다.

박세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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