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온통대전’과 현금 살포의 매력
지역화폐(상품권)는 대전과 인연이 꽤 깊다. 대전 중구청장이 취임하자마자 지역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고, 대전 국회의원이 지역화폐법을 대표로 발의했다. 이들 구청장과 국회의원은 시민단체 출신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대전에서는 지역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 4월 재선거에서 당선된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은 내년을 목표로 지역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침체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지역화폐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지역화폐는 소비한 돈 가운데 일정액(10% 내외)을 사용자에게 적립해준다. 적립금은 국가나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할수록 세금이 많이 쓰이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이 법은 상품권에 국가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했다. 정부·여당은 “(지역화폐법은)이재명표 ‘현금살포법’”이라며 “항구적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앞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처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25만원을 지역화폐로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화폐법 대표 발의자는 민주당 박정현(대전 대덕)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역화폐법은) 소상공인들도 굉장히 좋아하는 제도”라고 했다. 박 의원은 대덕구청장 재임 때인 2019년에도 상품권을 발행했다. 당시 대전시도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어 이중 지원이란 지적이 있었다. 박 의원은 세금으로 어린이에게 월 2만원씩 용돈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박 의원 주장처럼 지역화폐가 소상공인이나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대전시는 2020년부터 3년간 지역화폐(온통대전)예산으로 470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소상인 간 매출 격차와 지역 간 불균형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 5억원 이상인 대형 가맹점(매장) 수는 전체 20%였지만, 사용액 기준 결제 비중은 55%가 넘었다. 지역화폐 캐시백도 소득이 많은 시민이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화폐 발행으로 금융권 등에 막대한 세금이 쓰이기도 했다. 지역화폐 플랫폼 구축과 운영, 가맹점 관리, 콜센터 운영 등 명목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민주당이 지역화폐법 등에 집착하는 것은 ‘현금 살포의 매력’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에게 환심을 얻는데 현금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 효과는 2020년 총선 당시에도 입증됐다. 당시 민주당 정권은 코로나19를 핑계로 재난지원금 같은 막대한 현금을 뿌려 ‘성공’했다. 그러니 돈을 계속 뿌리고 싶은 마음이 왜 들지 않겠나. 그들은 나라가 골병이 들건 말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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