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석유업계 ‘추락’… 쌓이는 재고에 ‘적과의 동침’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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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계 불황에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업들은 '적과의 동침'까지 고려 중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SK지오센트릭, 한화솔루션 등 대기업과 중소 석유화학 업체들은 생산 품목이 겹치는 다른 기업과 이 같은 협력을 검토했거나,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범용제품만 생산하는 중소 석화 기업들은 생존 위협이 코앞에 닥친 만큼 협력 논의를 더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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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절감 고심… 고부가 제품 집중
석유화학 업계 불황에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업들은 ‘적과의 동침’까지 고려 중이다. 협상을 통해 각자 생산할 제품 종류를 정해 그것만 생산하고, 나머지 제품용 설비는 꺼버리는 방식의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 석화 기업들은 시장 침체로 재고가 쌓이고, 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SK지오센트릭, 한화솔루션 등 대기업과 중소 석유화학 업체들은 생산 품목이 겹치는 다른 기업과 이 같은 협력을 검토했거나,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유한 모든 설비를 가동하는 대신 일부만 돌리고, 생산 중단 품목은 함께 협의한 다른 경쟁사에서 조달해 납품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도생하다가는 다 죽을 수도 있다”며 “살려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범용제품만 생산하는 중소 석화 기업들은 생존 위협이 코앞에 닥친 만큼 협력 논의를 더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30여년 전 한국·대만 기업들의 증설로 위기에 처했던 일본 석화 업계도 ‘1지역 1사’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범용제품 설비를 통합하고, 영업권 양도 등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석화 대기업 관계자는 “주요하게 검토하고 있는 안은 아니다”라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제품과 공정, 산업단지 간 거리까지 다양한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거래가 성사될 수 있어서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석화 기업 내부에선 담합으로 비칠 우려에 관한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석화 기업들이 경쟁사와의 생산 조정 논의까지 나아간 배경에는 개선될 징후 없이 이어지고 있는 불황이 자리한다. 석유화학 4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7조151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3.5% 늘었다. 제품을 생산해도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으니 설비 가동률은 추락 중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의 평균 가동률은 2021년 93.1%, 2022년 81.7%, 지난해 74%로 계속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서도 석화 기업들이 공장 내 일부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주요 설비 가동률이 60~70%까지 하락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통상 가동률 70%를 손익 분기점으로 본다.
석화 업계 공통의 생존 전략은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범용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스페셜티 비중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이다. 범용 화학제품 시장은 중국·중동 등의 증설 러시로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4월 주요 석유화학업체 등이 참여하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해 업계 구조조정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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