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노른자 땅' 세텍 부지 어찌할꼬…강남구는 "이사 원한다"는데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SETEC·세텍)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는 세텍의 전시컨벤션 기능에 주목하는 반면 강남구는 지은 지 50년이 다 돼가는 구청사를 세텍 부지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24일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따르면 서울시 의뢰로 최근 나온 ‘학여울역 일대 거점형 복합개발 기본구상 수립 용역 보고서’에서 시유지인 세텍 부지 가운데 시가 강남구에 배정할 수 있는 비율은 최대 33%로 적시됐다. 이는 강남구가 복합 청사를 신축하겠다며 요구한 교환 비율 40~45%를 밑도는 수치다. 강남구는 서울시에 세텍 부지와 현 삼성동 구청 부지의 맞교환을 건의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구청이 세텍 자리에 들어오려고 삼성동 구청 땅과 세텍 부지를 맞바꾸려 하지만 시는 (세텍 부지를) 팔아 마련한 재원으로 세텍 개발이나 건물 리모델링 등을 해야 하므로 33% 이상은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세텍 부지를 복합 개발해 국제업무·마이스(MICE) 산업 중심지로 조성한다고 지난해 3월 밝히며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 중소기업 제품 전문 전시장인 세텍은 1999년 축조된 가설건축물이다. 세텍은 서울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인근에 있어 부지가 ‘강남 노른자 땅’이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세텍에서는 전시·행사가 84회 열리는 등 코로나19 이전 수요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청이 이 부지를 노리는 이유는 삼성동에 있는 구청사가 1975년 만들어져 워낙 낡은 데다 구민을 위한 체육·문화·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할 공간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복합청사인 행정문화복합타운을 지어야 하고 구의회·보건소도 (청사에) 다 들어가야 하니 그 정도(40~45%)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청사 건립은 조성명 강남구청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꼽힌다. 강남구청사는 건물이 하나가 아닌 4개 동으로 분리돼 구청을 찾는 주민들의 불편도 상당하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를 전시·컨벤션·업무 공간으로 바꾸는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2032년까지는 세텍이 잠실 마이스 산업의 거점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 요청대로 세텍 부지 40% 이상을 신청사 건립에 쓰면 세텍 전시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일 뿐 교환 비율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는 “부지 면적이나 이전 시기 등은 서울시와 얼마든지 협의해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구는 세텍 내 행정문화복합타운 건립 사업이 꼭 성사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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