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피벗’…재테크 전략 [드디어 美 금리 ‘빅컷’]
급격한 인하 때 美 장기채 수익률 ‘쑥’
긴 시간 이어진 ‘고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공식화했다. 글로벌 경제는 물론 전 세계 투자자에게도 중대한 변곡점이다. 발 빠른 투자자는 금리 인하기 투자처 찾기에 나섰다. 변화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 사이클이 시작된 시점, 어떤 재테크 전략을 세우는 게 좋을까.
금리와 반대로 가는 채권
수익률 상위권 ‘장기채’ ‘신흥국’
기준금리 인하기 주목받는 투자처는 ‘채권 시장’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통상 채권 가치는 금리 방향성과 역의 상관관계를 취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채권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도 우후죽순 생기며 투자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왜 금리와 채권 가치는 반대로 움직일까. 채권은 정부와 공공기관 혹은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약속된 만기일에 발행된 원금과 이자율만큼 돌려받는 유가증권이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예금과 적금 등의 이자율은 함께 떨어진다. 하지만 이미 발행된 채권은 약정 이자율을 유지한다. 기존 채권 매력은 높아지고 이를 구매하려는 수요는 늘어난다. 자연스레 기존 발행된 채권의 가치는 오른다. 반대로 금리 인상기에는 앞으로 발행될 채권 금리도 높을 것이기 때문에 기존 채권 가치는 떨어진다.
금리 인하기 채권 수익률은 통계로도 입증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발간한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과 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역대(1990년대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기 자산군별 수익률 자료(첫 금리 인하 후 26주 수익률)를 발표했다. 1990년 이후 미국 금리 인하는 총 5차례(1990년, 1995년, 2001년, 2007년, 2019년) 시행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이 중 1995년과 2019년은 완만한 금리 인하, 1990년(걸프전)과 2001년, 2007년은 급격한 금리 인하로 평가했다. 1995년과 2019년 완만한 금리 인하기에는 ‘주식’과 ‘채권’이 동반 상승했다. 2001년과 2007년 급격한 금리 인하기에는 ‘채권’이 강세를 보였다. 인하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금리 인하기에는 채권 수익률이 높았던 셈이다.
특히 급격한 금리 인하기에는 미국 장기채 국채 수익률(5.6%)이 눈에 띈다. 장기채는 단기채와 비교해 듀레이션이 길다. 듀레이션은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다. 듀레이션이 길다는 것은 금리 변동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다는 의미다. 변동성이 큰 만큼 리스크가 존재한다. 자연스레 듀레이션이 긴 채권은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자본 시장의 공식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 같은 이유로 금리 인하기에는 듀레이션이 긴 중장기 채권 투자 선호도가 높다. 다만 장기채의 경우 단기채 대비 손실 가능성도 크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신흥국 채권 수익률(2.8%)도 상위권에 속했다. 통상 금리 인하기 시중 유동성이 늘면 투자금은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신흥국은 미국보다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쓰기 때문에 채권 투자 매력도 높다. 영국 금융 정보 플랫폼 피니마이즈(Finimize)는 최근 ‘연준 금리 인하로 외국인 투자가 아시아 채권으로 유입’ 보고서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인도, 말레이시아, 한국, 태국 등 주요 아시아 채권 시장의 8월 총 순매수액은 140억6000만달러로, 2019년 이후 월간 순매수액으로는 최대치”라고 밝혔다.
BofA는 3000달러 시대 전망
9월 18일(현지 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 대비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559.31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온스당 2600.1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600달러 선을 넘었다. 금값은 2024년 들어 줄곧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 금의 목표가격을 온스당 3000달러로 제시했다.
금값이 치솟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글로벌 불확실성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전문가가 대다수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 등 안전자산이 선호되는 거시 환경이 구축됐다. 또 올해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하까지 겹쳤다. 보통은 금리가 인하되면 금값이 올라가는 게 공식이다. 결론적으로 금값 상승 추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옥지희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미국 대선 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함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금값 상승 추세는 2025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금값은 실질금리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예상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값이다. 여기서 명목금리는 기준금리와 비례관계다. 다시 말해 ①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② 명목금리가 하락하고 ③ 명목금리 기반의 실질금리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질금리가 낮을 때는 예금 등이 오히려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예금 명목금리가 3%, 물가 상승률이 4%라면 실질금리는 -1%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질금리 하락기에는 금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주식 시장 살펴본다면
바이오 주목…IT 성장주는 글쎄
주식 시장 역시 금리 인하 수혜 섹터가 있다. 대표적인 게 바이오다. 사업적 특성과 관련 있다. 바이오의 중심이 되는 신약 개발 바이오텍은 자체 영업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자본 시장 등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 부담이 커진다. 또 자금 조달처를 확보하는 것조차 어렵다. 반면 금리 인하기에는 이자 부담도 적고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도 수월하다.
기대감은 지수로도 드러난다.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NBI) 지수도 지난 4월 4056으로 저점을 찍은 뒤 9월 18일 4862까지 올랐다. NBI는 나스닥에 소속된 총 214개 바이오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내 바이오·제약 종목 73개로 구성된 KRX 헬스케어 지수가 반등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KRX 헬스케어 지수는 지지부진했다. 연초에는 3000선이 붕괴됐다. 1월 19일 종가 기준 2871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승세를 탔다. 9월 19일 기준 3977까지 치솟았다.
반면 금리 인하 대표 수혜 부문으로 꼽히던 IT·반도체 등 성장주를 두고선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는 추가적인 수혜를 입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 성장세가 둔화 국면에 진입한 만큼 금리 인하에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글로벌 경제·금융 시장 전망’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매출이 높은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하던 분위기에서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상승할 수 있는 업종으로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올해 시장 데이터와 비슷한 1995년에도 금리 인하 후 주도주가 IT 등 성장주에서 헬스케어·금융 위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통계로도 IT는 급격한 금리 인하 사이클에는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2001년과 2007년 금리 인하 후 26주 수익률을 보면 IT 섹터는 마이너스(-) 20%에 가까운 최악의 수익률을 보였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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