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美핵잠 입항에 반발 "핵전쟁 억제력 한계없이 강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3일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인 '버몬트함(SSN-792·7800t급)'의 부산 입항에 반발하면서 자신들의 핵능력을 "한계 없이 강화"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 진행하고 있는 자신들의 핵무력 증강이 자위권 차원의 정당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국가의 안전이 미국의 핵위협공갈에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기에 외부로부터의 각이한 위협에 대응하고 견제하기 위한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그리고 한계없이 강화되여야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수중에서 최후의 핵타격을 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잠수함까지 수면 위에 끌어올려 그 무슨 '압도적 능력'을 시위해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는 한국의 모든 항과 군사기지들이 안전한 곳이 못된다는 사실을 계속해 알리도록 할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결코 '안전의 대명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지난해 11월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의 정찰 능력도 과시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가수반의 직속 독립 정보기관인 항공우주정찰소는 지난 23일 10시 3분 10초 한국 부산항의 상시 주목 대상인 어느 한 부두에서 이상물체를 포착했다"며 "미 항공모함이 계류하던 부두에 핵잠수함이 출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인 버몬트함의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기항은 국내 언론에도 이미 보도됐던 내용이다. 군 당국은 북측이 이날 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정찰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위성이 포착하지 못 했지만 미군 측이 공개한 자료 등과 섞어서 발표했을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또 김여정은 "미국의 최신 핵잠수함이 다름아닌 한국에 기항한 것은 걸핏하면 핵전략 자산을 꺼내들고 힘자랑을 하며 상대에 대한 위협을 증대시키고 기어이 악의적인 힘으로써 패권적 특세를 ‘향유’하려는 미국의 야망이 극대화되고 있는 데 대한 증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미군이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 발사와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시험 비행 영상을 공개한 것을 거론하면서 "미국은 이른바 '3대 핵 전략자산'이라는 주패장(카드)들을 모두 꺼내든 셈"이라며 "세계의 면전에서 '힘의 우위'를 의도적으로 시위하는데 몰념하고 있는 미국의 광기적인 군사전략적 기도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핵잠수함(SSBN),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무기 탑재 전락폭격기를 3대 전략 핵무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핵추진잠수함(SSN)인 '버몬트함'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미·대남 등 대외문제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이 직접 등판한 것을 고려할 때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강도 높은 군사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명분쌓기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신들의 핵무력 고도화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지만 훨씬 공격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모습"이라며 "정보사안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는 한·미를 향해 역으로 인지전을 벌이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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