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밸류업 지수’…상장사 참여 유도엔 ‘의문’
뚜렷한 지수 차별성 부재…기존 지수편입 종목과 유사
“객관적 평가 거쳐…향후 공시 중심으로 평가 방침”
연초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일환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밸류업에 대한 시장 관심을 지속하며 상장사의 밸류업 참여를 유도할지는 미지수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량기업에 초점을 맞춘 듯한 선정기준과 기존 대표지수와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거래소는 24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및 코스닥시장 상장사 100종목이 담긴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함께 종목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질적요건을 평가지표로 삼기 위해 시장대표성(시가총액),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을 선정기준으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선정기준을 바탕으로 구성된 밸류업 지수 편입종목을 살펴보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가 각각 67개사와 33개사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이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00조원으로 40%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때 기존 코스피200 지수와 코스닥150 지수에서 각각 55종목, 33종목이 이번 밸류업 지수에도 포함돼 총 88종목이 겹치게 됐다. 거래소는 질적요건을 도입해 기존 지수와 차별점을 뒀다는 입장이지만 구성종목만 보면 크게 새로운 종목이 등장하진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종목 선정기준이 시가총액 상위 및 우량기업에 유리하게 구성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밸류업 정책의 목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들이 동반 성장이 요구되는 데 코스피 상장사에 유리하게 선정기준이 세워졌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특정기업의 편입 유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부연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이 날 브리핑에서 “밸류업 지수에서는 개별종목의 비중상한을 15%로 제한하고 있다”며 “객관적 평가를 위해 채택한 선정기준들을 기반으로 평가를 거친 결과, 이번과 같은 종목 구성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주들도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으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지수에서 포함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내년 6월 정기 심사를 통해 리밸런싱을 거치는 과정에서는 공시 기업과 공시 이행 기업을 중심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주의 비중이 적은 점에도 의문점이 찍힌다. 당초 금융주는 밸류업 지수에 가장 많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10종목만이 지수에 담겼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발표해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것이란 기대감을 꾸준히 받았던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BNK금융지주 등이 제외된 것이다.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의 산업별 분포를 살펴보면 정보기술이 24종목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재(20종목)와 헬스케어(12종목), 자유소비재(11종목) 순이었다. 금융은 자유소비재 뒤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거래소가 제시한 선정기준을 살펴보면 자사주 소각 및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 실행 여부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고려한 자본효율성이 담겼으나 금융주가 주주환원율과 ROE가 높은 업종인 만큼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나아가 정부 정책에 발맞춰 금융 업종이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점까지 고려하면 타 업종 대비 비중이 적다는 지적이다.
이 상무는 금융주 비중에 대해서도 선정 기준을 토대로 나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주가 주목받았던 시기에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았기에 향후 주가 상승 측면에서 저PBR(금융)주가 거론되고 주가에 반영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종목 선정기준에서 각 항목의 평가 기준이 최근 2년에 맞춰져 있어 기업가치 평가 시 지속성 측면에서 부족한 시간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 결과, 2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장 원활하고 안정적인 지수 구성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상무는 “경기 변동이나 업황에 따라 기업의 실적 및 주가가 움직이게 된다”며 “평가기간이 장기화되면 평가 대상기업이 극소수로 제한돼 지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기업을 선정할 때 충족 기업의 수가 미달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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