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 환경문제 때문에 갈등 시작...MBK 인수하면 다 퇴사”

박해리 2024. 9. 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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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 기술자들은 다 그만 두겠다.”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과 김승현 기술연구소장, 설재욱 생산1본부장 등 핵심 기술진 20명은 MBK파트너스의 인수 시도에 반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부회장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 원인이 영풍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풍이 석포제련소의 폐기물을 (고려아연에)떠넘겨 고려아연을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했다가, 고려아연이 이를 거절하면서 동업관계가 틀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 입사후 대표이사를 지낸 이 부회장에 대해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은·인듐 등 비철금속을 경제성 있는 고순도로 추출하는 기술 부문에서 세계 1위다.


“영풍의 80만톤 폐기물 처리가 발단”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영풍과의 관계에 대해 “서로 교류하며 동업 관계가 잘 유지됐지만,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 카드뮴 배출사건 이후로 틀어졌다”라며 “장형진 영풍 고문은 이 문제를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를 통해 해결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4~5년 전)영풍이 폐기물을 떠넘기려 했던 증거도 제가 확실히 가지고 있다”라며 주먹 쥔 손을 들며 강조했다. 이어 “온산제련소가 남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 처리하는 건 배임·범죄 행위이고 국가적 재앙이기에 할 수 없었다”라며 “최윤범 회장이 이를 막았다”라고 말했다.

경북 봉화에 위치한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4년부터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중금속으로 토양·수질을 오염시킨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환경부는 낙동강으로 카드뮴이 유출된 정황을 확인, 지난 2021년 영풍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검찰은 환경 범죄 혐의로 영풍 대표이사와 석포제련소장 등 임직원 8명을 기소했고,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핵심 기술 쪼개 팔 것”


이 부회장은 50년간 고려아연이 쌓아 올린 제련 기술력을 수차례 강조하며 “고려아연의 10년간 영업이익률은 12.8%”라며 “처리하는 원료 단 한 톤(t)도 국내에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영업이익은 대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풍은 적자인데, 우리가 비철제련 12종을 생산하는 반면 영풍은 두 가지뿐”이라며 “원료 구매·영업·판매를 같이 하고 있지만, 경영능력과 기술력에서 (양사의)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안보 측면에서도 인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돈만 보면 투자 회사들이 팔아먹을 기술이 고려아연에 엄청 많을 것”이라며 “어떤 것은 몇천억짜리이며, 공정마다 수백개 이상”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측면에서도 “고려아연이 무너지면 자동차·반도체·철강 등의 소재 원가도 올라 국가 산업 경쟁력 전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 측이 잘못된 투자로 지적한 ‘이그니오 고가 매수’ 의혹에 대해 이 부회장은 “제가 깊숙이 관여했다”며 “미국에서 폐기물을 처리하고 분리해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제련하기 위한 투자로, 미래 관점에서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했다”라고 강조했다.


“근거 없는 억측”


영풍과 MBK측도 이날 보도자료와 입장문을 여러 차례 내며 대응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이 MBK에 넘어가면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중국에 매각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MBK는 “근거 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며 “고려아연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MBK는 2016년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뒤 2021년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인 DN오토모티브에 매각한 사례를 함께 제시했다. 또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출자 과정의 적법성, 자사주 소각 여부 등에 관한 8가지 질문에 관해 “최 회장이 직접 답해달라”고 했다.

양측의 여론전이 과열되면서 상대 흠집내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날 영풍은 최 회장이 최근 일본 방문에서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스미토모가 2012년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 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일본 전범 기업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토종 사모펀드인 MBK에 ‘중국계 자본’이라는 거짓 프레임을 씌워 놓고 본인들은 일본의 대표적 전범 기업과 ‘라인야후 경영권 강탈’ 논란을 일으킨 일본 기업과 손잡으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추측성 소문을 근거로 허위 사실까지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이라며 “당사를 음해한 영풍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리·안효성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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