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 국경선' 헌법 개정 앞두고…한·미 "NLL 준수하라" 경고
북한이 내달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새 국경선'을 헌법에 못 박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미 국방 당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준수하라"며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한·미 국방 실무 대표단은 전날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제25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를 개최하고 이같이 발표했다.
국방부는 "한·미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행위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이어 서북도서와 NLL 일대에서의 위협 행위와 사이버·전자기 공격 등 본격화하는 북한의 회색 지대 도발에 대해 양국 간 긴밀하고 협조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는 조창래 국방부 정책실장과 앙카 리 미 국방부 동아시아부차관보를 수석대표로 하는 국방·외교 실무진이 참여했다.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는 특히 "양측이 NLL이 지난 70여년간 (남북의)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이었다는 데 주목한다"는 대목이 강조됐다. 회의에선 한국 측이 "북한이 NLL이 실질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고, 미국 측은 이에 동의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덧붙였다.
KIDD는 한·미 국방·외교부 실무자들이 매년 두 차례 만나는 정례적 성격의 회의다. 통상 전시작전권 전환 추진 과제 점검 등 한·미 동맹 현대화 관련 의제를 논의한다. 양측이 이런 실무 국방 협의에서 NLL 문제를 콕 집어 거론했다는 건 그만큼 북한의 NLL 무력화 시도와 이에 따른 서해 상 무력 도발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북한은 다음 달 7일 최고인민회의(14기 11차)에서 육·해·공 '주권 행사 영역'을 명시한 새 사회주의 헌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앞두고 한·미가 발신한 'NLL 메시지'는 일종의 사전 경고 성격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대한민국 것들과는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북남 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했다.
이후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선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 무법의 '북방 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주권 행사 영역을 정확히 규정짓기 위한 법률적 대책"으로 헌법에 이를 반영하라고도 지시했다.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선 군사분계선(MDL)으로 경계가 명확한 지상이나 이를 근거로 설정되는 영공을 북한이 임의로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측이 서해 상 NLL을 부정하며 자의적인 해상 경계선을 들고 나올 수는 있다. 이를 근거로 "남측이 우리 해상 국경선을 넘었다"는 식으로 무력 도발의 구실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김정은은 올해 2월 신형 지대함 미사일 검수 사격 현장에서 "NLL은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線)"이라며 "해상 주권은 실제적인 무력행사로 지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군에 따르면 북측은 올 초부터 서해 상에 배치한 해안포의 포문을 다수 개방해 놓은 상태다.
이번 KIDD 결과 자료에는 "미국과 동맹, 우방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미국 측의 경고도 포함됐다.
한·미는 또 "북한의 핵무기 투발 수단 다양화와 지속적인 우주 발사체 발사 시도 등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도발과 위협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러 간 군사 협력과 불법 무기 거래, 첨단 기술 이전 동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도 했다.
양측은 지난 4월 KIDD에서 논의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와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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