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 인수 때문에?…일본제철, 포스코 지분 판다
미국제철사 US스틸 인수에 나선 일본제철이 24일 보유 중인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제철이 보유한 지분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약 3.42%(289만4712주)로, 약 1조1000억원 규모다. 일본제철은 포스코와 2000년부터 전략적 제휴를 맺고 2006년 10월부터 상호 주식을 보유해왔다. 포스코홀딩스도 일본제철 주식은 약 1.7%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매각 시점에 대해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판단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포스코와의 제휴시책을 추진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분 매각을 할 뿐, 지금껏 이어진 기술 교류와 철강 반제품의 상호 공급 등은 이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자본 효율 향상’이라지만
일본제철이 밝힌 지분 전량 매각 이유는 자본 효율 향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일본제철이 시도하고 있는 US스틸 인수를 위한 ‘실탄 확보’ 차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세계 철강 시장에서 4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 인수를 발표했다. 세계 24위 US스틸을 인수해 단숨에 세계 3위로 뛰어오른다는 구상이었다. 일본제철이 제시한 인수가는 141억 달러(약 18조8300억원). 하지만 일본제철의 청사진은 곧이어 장벽에 부딪혔다.
올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US스틸 인수가 ‘정치 쟁점화’됐다. 회사 주주들은 인수에 찬성했지만 전미철강노동조합(USW) 등 노조가 반대하고 나섰고, 곧이어 ‘보호 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나서면서 반대에 가세했다. 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표심’을 의식해 인수 반대에 나섰다.
인수 성공을 위해선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UIS) 심사를 통과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했는데, 분위기는 일본제철의 바람과 반대로 돌아갔다. 이달 초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바이든 대통령이 인수를 불허할 방침”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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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스틸 인수 ‘심사 재신청’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일본제철은 초기 인수가액에 더해 27억 달러(약 3조6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US스틸 노후 시설을 교체해 미국 내 생산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투자 심사를 재신청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CFIUS에 최근 재심사를 신청했다. 재신청에 따라 심사 기간은 90일간 연장되는데, 닛케이는 이에 대해 “인수 가부를 둘러싼 판단이 미 대통령 선거 후가 될 공산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재신청을 하게 되는 경우 45일 이내 인수가 안보상 우려가 있는지를 들여다보게 되고, 이후 원칙적으로 45일에 걸쳐 정식 조사를 하게 된다.
미국 대선이 11월 5일인 점을 고려하면 CFIUS의 ‘권고’는 새 대통령 선출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닛케이는 “미 대선 후 판단을 받게 USW와 양 진영(대선) 관계가 옅어져, 정치 리스크 경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포스코홀딩스는 일본제철의 지분매각과 관계없이 협력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일본제철의 지분 매각 결정 전 양사가 사전 협의를 했다"며 "포스코홀딩스가 가진 일본제철 지분 매각 여부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고석현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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