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해결 위해 도박? 하마스와 헤즈볼라 분리? 이스라엘 속내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전례가 없는 강공을 이어가는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폭발, 23일 650차례 융단 폭격을 통해 레바논에서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내 국제사회 질타를 받으면서도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서다. 이스라엘은 지난 11개월간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떠났던 주민 6만 명의 귀환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지만, 서방 일각에선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을 이끌어내고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분리하려는 이스라엘의 셈법과 국내 정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강공해야 헤즈볼라 설득 쉽다?
24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도박’(뉴욕타임스·NYT), ‘고위험 게임’(CNN)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스라엘은 공격 규모 확대로 헤즈볼라가 물러날 것이라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헤즈볼라의 통신 도구를 공격하고 헤즈볼라 주요 지휘관과 레바논 민간인을 살해하는 등 공격을 확대해 헤즈볼라를 불안하게 만들면 아모스 호크스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 등 외국 외교관들이 헤즈볼라가 물러나도록 더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는 것이다.
CNN도 “이스라엘은 적을 외교적 해결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스라엘의 이 같은 의도가 먹히지 않고 있다고 봤다. 헤즈볼라가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가자 휴전에 동의할 때까지 이스라엘 북부를 계속 공격할 뜻을 밝히고 있어서다.
특히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에게 레바논 남부를 침공하라고 했는데, 이는 장기간의 교착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CNN은 “지치고 분열된 이스라엘 군대와 노련하고 분노한 헤즈볼라 사이의 전면적인 지상전은 이스라엘에게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분리가 목적?
안보 전문가들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북부 피란민 문제뿐만 아니라 하마스와도 깊이 연계돼 있다고 본다. 실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를 겨냥한 자국군의 작전 목표는 “하마스와의 전쟁과 헤즈볼라를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한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안보 내각 관계자들에게 레바논 군사작전의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전날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 작전은 궤멸 직전에 몰린 하마스의 생존과 재건을 도우려는 헤즈볼라의 의도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작전이 하마스 전면 해체라는 가자지구 전쟁의 목표를 이루려는 다음 단계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나스랄라는 '저항의 축' 파트너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할 경우 ‘저항의 축’을 이끄는 단체로서 헤즈볼라의 역내 입지가 심각하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작전은 하마스가 생존하는 기존 반이스라엘 전선을 지키려는 헤즈볼라를 힘으로 압도해 새 안보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헤즈볼라 지도부 제거 뒤 지지율 올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집권당인 리쿠드당의 지지율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하마스 공세를 강화한 이후 반등한 데 주목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이란에서 헤즈볼라와 하마스 고위 지도자를 암살한 7월 말 이후 지지율이 올랐고 이같은 상승세는 최근 몇 주간 유지됐는데,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정예부대인 라드완 부대의 여러 사령관을 살해하고 레바논 공격을 강화했다.
FT는 “폭력 사태의 급증은 해외에선 경악을 불러일으켰으나 이스라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리쿠드당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안보 실패로 널리 알려진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해 잃어버린 기반의 상당 부분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네타냐후가 하마스 파괴와 약 100명의 이스라엘 인질 구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이스라엘인들도 네타냐후의 의사 결정이 공익보다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헤즈볼라 등 이란의 소위 ‘저항의 축’과의 대결은 더 큰 결집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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